최종편집 : 2019.11.21 목 17:09
상단여백
HOME 종합 기타이슈
작은 발의 기적! 간절함을 녹여 만든 금메달“오늘 경기 다 끝나고 웃으며 만나요. 기다리세요!”
  • 리우=양택진 기자
  • 승인 2016.08.21 20:01
  • 호수 0
  • 댓글 1

235mm의 작은 발로 버틴 코트.

체급을 올려 올림픽에 도전, 도망치고 싶은 유혹과 곧 다시 사라질 것 같은 희망 속에서도 간절함으로 붙들어 놓은 작은 몸.

4년 전 태릉선수촌...런던올림픽에 출전하는 언니, 오빠들을 바라보며 올림픽을 가슴에 품은 김소희.

김소희가 리우에서 그 간절함을 녹여 금메달에 입을 맞췄다.

세계선수권 여자 –46kg급을 두 번이나 제패했어도 머리 반개 이상이 큰 상위 체급 선수들과의 경쟁은 힘겨웠다.

올림픽 2연패의 중국 우징유와 필적할만한, 손에 꼽을 테크니션이지만 여자 –49kg급 올림픽 도전은 기술만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아무리 빨리 때려도 긴다리 선수들의 앞발에 걸려 몸통은 점점 막혔고, 장신 선수들의 머리 공격은 야속하기만 했다.

뻗어도 닿지 않는 다리를 상대 전자호구에 찰떡같이 붙여 점수로 만들기 위해 더 빨리 파고  들어야 했고, 장신 선수들의 긴 다리가 전자 헤드기어에 스치는 것을 막기 위해 더 많이 움직여야 했다.

버틸 수 있었던 건 이미 지옥을 경험했기 때문이었다.

2년 6개월 간 치러온 올림픽 자동출전권 레이스. 5대륙을 횡단하며 맨몸으로 부딪혔던 시간들.

김소희가 태릉선수촌 훈련간 휴식 중 전자양말을 고쳐신고 있는 장면.

2015년 12월 6일(현지시각) 멕시코시티 그랑프리파이널.

리우올림픽 자동출전권이 확정되던 날, 다른 선수들의 경기 결과에 따라 출전권이 결정되는 벼랑 끝에서 피가 마르는 지옥의 한가운데를 버티고 버텨 맨 꼴찌로 올림픽 자동출전권을 결국 손에 넣었다.

지옥을 경험한 김소희에게 더 이상 두려움은 없었다. 두려움을 벗어 던진 자리에 오기가, 근성이 더 이상 잃을 것 없는 자신감과 설렘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2016년 8월 17일(현지시각).

8강 경기서 김소희는 올림픽랭킹 2위 태국의 패니팍 웅파타나키트와 맞붙었다. 상대 머리 공격에 역전을 허용했지만 3회전 점점 남은 시간이 줄어들어도 김소희의 얼굴은 차분했고, 냉정했다.

16강을 끝내고 “오늘 경기 다 끝나고 웃으면서 만나러 갈게요. 기다리세요!”라던 약속이 계속 귓가에 맴돌았다.

종료 4초 전, 결국 김소희는 역전 머리 공격에 성공하고 준결승에 올랐다.

여자 -49kg급 금메달을 차지한 김소희의 리우올림픽 결승전 경기 장면.

8강이 끝난 후 서울에서 TV로 경기를 본 박정우 국가대표 후보선수단 감독(김소희 서울체고 코치)이 메시지를 보내왔다.

“소희 일 낼 것 같아요. 굉장히 침착하고 냉정하게 뛰네요.”

준결승에서는 랭킹 4위 프랑스의 야스미나 아지에즈를 맞아 질기고 질긴 줄다리기 끝에 골든포인트에 돌입했다.

김소희 특유의 왼발 짧은 거리 몸통 공격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고, 예상은 적중했다.

결승전 상대는 우징유를 꺾으며 파란을 일으킨 세르비아의 보그다노비치 티자나.

1회전 김소희의 발놀림은 경쾌했다. 스텝도 상체의 몸놀림도 손색이 없었다. 2회전 접근전에서 왼발 머리 공격까지 성공시키며 3점차 리드를 지켰다.

그러나 3회전, 상대보다 더 많이 빠르게, 더 많이 움직인 김소희의 발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결승전 직전 경기장 밖에서 만난 태권도 대표 팀 골든 프로젝트 김언호 박사(스포츠과학연구소)의 말이 마음에 걸렸다.

“준결승 3회전부터 체력 저하가 보이기 시작했다. 웜업장에서 오버했다. 결승 3회전이 걱정이다.”

체력도 체력이지만 준결승 때 다친 부어오른 오른쪽 정강이도 김소희의 발을 잡아끌었다. 더 잘 뛰고 싶었지만 자꾸만 다리가 풀려서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남은 시간은 3초, 경고 하나만 더 받으면 감점패가 되는 1점차 리드 상황. 종료와 함께 김소희의 작은 몸은 결국 무너졌지만 승리의 여신 니케의 전령은 김소희의 어깨 위로 날아들었다.

리우로 출국 전 태릉선수촌에서 만난 김소희.

김소희의 금메달은 2016 리우올림픽 태권도경기 한국 대표 팀 첫 金, 대한민국 선수단의 일곱 번째 金, 한국 올림픽 역사상 첫 여자 태권도 경량급 金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리고 김소희의 팬들에게는 ‘작은 발로 이룬 기적’, ‘간절함을 녹여 만든 금메달’로 기억될 것이다.

리우=양택진 기자  winset75@naver.com

<저작권자 © 태권도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리우=양택진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1
전체보기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