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6월, 태권도계 이슈 중의 하나는 대한태권도협회(KTA) 상임심판을 대상으로 한 고과평가제가 제대로 시행되느냐 하는 것이었다.

당시 노상석 기술심의회 의장은 심판 고과평가제와 관련, "정확한 판정을 하는 심판에 대해서는 그 만큼의 명예가 부여돼야 한다"며 "이번 연말에 금 한냥 정도의 메달을 수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1999년 KTA 노상석 기술심의회 의장<오른쪽>과 박종명 심판위원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들은 '심판 고과평가제'에 큰 의미를 부여했지만, 이듬해 의장과 심판위원장에 유임되지 않아 큰 결실을 보지 못했다.

노 의장은 또 "심판 고과평가제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심판 개개인에 대한 평가표가 협회의 서류로 보관되어 이를 내년(2000년)도 반영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종명 심판위원장도 "심판 고과평가제가 정착되면 심판들의 자질향상을 위해 좋은 방향으로 나갈 수 있는 소지가 다분히 담겨져 있다"고 말한 뒤 "정착화를 위해 운영의 묘를 살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심판 고과표가 의장단과 심판위원장, 그리고 심판 부위원장들에 의해 작성되었지만 이를 반영할 수 있는 여건이 명료하게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직무수행능력, 판정에 대한 정확성, 질서, 협동, 행정 등 5가지 사항에 걸쳐 평가하고 있는 심판 고가평가제가 제 기능을 발휘하고 제도로 정착하기 위해선 이를 뒷받침할 부수적인 사항들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기술심의회에서는 내년(2000년)에 상임심판원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심판은 별도의 선발과정을 거치지 않고 최종 선발될 수 있는 특전을 부여한다고 했지만, 이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였다.

설령 심판에 대한 고과표를 작성한다 하더라도 내년(2000년)에 기술심의회 임원들이 대폭 '물갈이'가 되면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게다가 심판 개개인에 대한 고과표를 서류로 남기는 문제도 아직 결정되지 않아 심판 고가평가제를 평가절하하고 있는 분위기마저 돌았다.

이에 따라 심판 고과평가제의 순기능을 살리기 위해선 기술심의회 임원들의 임기가 보장돼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다.

주위에서는 심판 고과평가제에 대해 "심판들은 이미 검증을 거친 사람들이므로 평가의 기준을 새롭게 구성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의장단에서 평가표를 작성하는 것보다는 심판분과 위원장과 부위원장의 소관 업무로 이관, 업무를 보고 받는 형태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어쨌든 의욕을 가지고 추진했던 '심판 고과평가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000년 의장과 심판위원장이 모두 교체되면서 일관성과 지속성도 잃었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현재, KTA는 심판선발위원회를 구성, 7명의 위원 중에서 4명 이상 위원들에게 추천을 받기 못한 기존의 심판들을 탈락시켰다. 박종명 심판위원장은 "지난해 활동했던 심판들에게 고과를 적용해 탈락보다는 교체의 무게를 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고과평가가 구체적인 평가항목에 따라 객관적으로 이뤄졌는지, 아니면 심판선발위원회 위원들의 주관적인 생각이 많이 반영되었는지는 의문으로 남아 있다.

서성원 기자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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