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제주 한림체육관서 열린 제22회 아시아태권도품새선수권 파견을 위한 국가대표선발전.

그런데, 대한태권도협회(KTA) 안재윤 품새 심판위원장이 지난달 13일 KTA 경기규칙강습회 후 대표선발전을 앞두고 5개 대학교에서 ‘특별’ 강습회를 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선 지도자들이 들고 일어났다.

주관적 평가가 강한 품새 시합의 특성상 의도를 차치하고서라도 최종선발전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비판이다.

안재윤 품새 심판 위원장의 '특별'강습회에 반기를 든 지도자 대표들(죄측)과 KTA 기술전문위원회의 긴급 면담 장면.

안 위원장의 ‘특별’ 강습회에 태클을 걸고 나선 건 다름 아닌 품새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가한 각 팀 지도자들.

지도자들의 말에 따르면 지난달 21일부터 안 위원장은 나사렛대를 시작으로 한국체대, 용인대, 경희대, 우석대에서 일정 비용을 받고 ‘특별’ 강습회를 열었다.

안 위원장은 “각 대학 요청으로 강습회를 진행한 것이다”라고 주장 했지만 지도자들은 “심판 위원장은 KTA 공석에 있는 사람이다. 건국대학교에서 진행했던 경기규칙 강습회 보다 더 세밀한 강습회를 특정 대상에게 진행하면 형성성에 어긋난다”며 반박했다.

그러나 특강을 요청했다는 5개 대학 중에는 안 위원장이 먼저 특강 제의를 한 팀도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결국 대표선발전을 미룬 채 KTA 기술전문위원회 윤웅석 의장, 이종관, 장정희 품새 부의장을 비롯한 위원장급, 그리고, 지도자들을 대표해 고비원주 이기철 회장, 김윤상 전 고수회 회장, 정태성 가천대 교수 등 6명이 긴급 면담에 들어갔다.

지도자 대표들은 ‘심판위원장이 선발전을 앞두고 5개 특정대학에서 개인적으로 강습회를 한 것은 부당하다’, ‘경기규칙강습회서 나오지 않았던 부분들도 있었다. 그렇다면 누군가는 정답을 알고 시합을 뛴 것이고 족집게 과외다’, ‘과거 이러한 전례가 없었다’,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며 대책을 요구했고, 특히 정태성 교수는 ‘이런 식이라면 우리는 대표선발전을 보이코트하겠다. 5개 대학을 불참시켜야한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이에 윤 의장은 ‘어떤 조치를 원하는 것이냐? 5개 팀 이외에 별도로 강습회를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팀이 있나? 똑같이 공지하고 강습회를 하지 않은 사실 자체는 유감이지만 불법은 아니다. 여러분들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의도가 있는 것 같지 않은데 현재 경기를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조치를 취할 수가 없다. 보이코트나 5개 대학 불출전 요구보다는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해결 방법을 찾자’고 진화에 나섰다.

이종관 부의장 역시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 또한 별도의 강습회를 받지 않은 팀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그리고, 사후에 대책을 논의할 테니 동참해 달라’고 다독였다.

한발 물러선 지도자 대표들은 안재윤 심판위원장이 직접 다른 지도자 모두에게 유감을 표명해 줄 것을 요청했다.

지도자들에게 유감을 전하고 있는 안재윤 위원장(오른쪽).

결국 안재윤 심판위원장이 일선 지도자들 앞에서 ‘공지를 해서 했으며 좋았겠지만 그게 큰 실책이었다. 지난해에도 지도자들을 모아서 6시간 동안 별도의 경기규칙강습회를 한 적이 있었는데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주고 좀 더 좋은 쪽으로 받아들여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불이익 없도록 할 것이니 이해해 달라’고 입장을 밝혔다.

경기는 진행되었지만 이를 바라보는 일선 지도자들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았다.

면담에 들어갔던 한 지도자는 “책임지셔야 할 분들이 이 사안의 중요성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우선 시합에는 동참하지만 오늘 경기 내용을 촬영, 분석해 불이익이 없는지 지켜볼 것이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지도자는 “지도자들이 반발하는 것은 지금 당장은 특정 대학들에 대한 강습회이지만 그 배경에는 청지회에 대한 연관성이다. 이번에 강습회를 연 5개 대학들도 꼼꼼히 보면 다 청지회와 연관이 있다”고 전했다.

구설수에 오른 안 위원장은 “대학에서 강습회를 진행한 것은 불찰이다. 인정한다. 그렇지만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강습회를 진행하지 않았다. 또한 사전에 이에 대해 의장단에 물어보았고, 의장단 역시 문제가 없다고 허락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도자들은 “안 위원장은 상임심판들에게 품새 강습회를 따로 개최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그런데 안 위원장은 강습회를 열었다. 잘못된 것을 알고도 진행한 것‘이라며 수긍하지 않았다.

안 위원장이 다른 의도를 가지고 특강을 개최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대표선발전을 앞두고 오해를 살 수 있는 일을 자초한 것만큼은 특강을 받은 팀이든, 그렇지 않은 팀이든 모두 수긍하는 분위기다.

특강을 진행한 한 팀 관계자는 “우리 학교의 경우 대표선발전 보다 안재윤 위원장이 추구하는 품새에 대한 긍정적 측면이 있어 이를 학생들에게 알리기 위한 취지였다. 다만 대표선발전을 앞두고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인정한다”고 밝혔다.

결국, 품새 대표 선발전은 진행됐다. 경기가 한 시간정도 지체되면서 국가대표 선발전을 위해 제주도까지 온 정상급 선수들은 경기장 복도에 마련된 대기실에서 이유조차 모르고 기다렸다.

경기 규칙 개정을 통해 공정한 경기장 문화로 탈바꿈을 시도한 품새 경기가 2016년 첫 대회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또한 품새 경기가 다시 한 번 구설수에 오르며 많은 태권도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한편, 안 위원장은 이번 특강 논란 외에도 모 상임심판의 일탈행위 등에도 의혹이 불거져 사면초가에 몰렸다.

양택진·류호경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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