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WTF) 총재가 사무처를 정비하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

조 총재가 지난달 26일 WTF 사무처 직원 전원에게 직무정지를 지시한 것은 향후 대폭적인 조직개편을 예고하는 것이어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조 총재가 인사위원회 구성을 거론한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일부 직원들의 권고사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조 총재가 WTF 사무처 직원들간의 내부갈등에 대해 칼을 뽑은 만큼 어떤 방법으로든 해법을 찾고, 실천에 옮겨야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본지는 WTF 사무처 직원들간 내부갈등의 요인과 문제점, 그리고 향후 전망 등을 조명해보는 신년특집을 마련했다. <편집자 주> 

지난해 1월 3일 조정원 총재는 2006년도 WTF 시무식에서 사무처 임직원들의 화합을 강조하며 그간 빚어져온 갈등 상황을 모두 종식시킬 것을 당부했다.

● WTF 사무처 조직개편 배경 

WTF는 지난 2005년 4월 13일 조정원 총재가 제3대 총재로 당선된 이후 두 번의 조직개편과 한 번의 인사이동을 단행했다.

그 시발점은 지난 2005년 5월, 오영렬 심판부 사무차장과 선재훈 홍보부 사무차장이 정년퇴직과 명예퇴직으로 각각 물러나면서 단행된 조직개편이다.

당시 국제부를 담당했던 최만식 사무차장에게 기획재정부와 마케팅부, 경기부를 담당했던 임윤택 사무차장에게 국내업무협력담당관이라는 직책을 신설, 각각 담당하게 했다.

따라서 경기부, 심판부, 총무부, 홍보부는 사무차장을 거치지 않고 사무총장에게 직접 업무를 보고하는 체재로 개편됐다.

이는 행정보고체계를 간소화하고 이전까지 부장들이 의견을 제시할 수 없는 다소 폐쇄적이던 행정체계에서 벗어나 변화를 추구한다는 측면이 부각됐지만 한편으로는 사무차장들의 입지를 약화시켜 사무처의 내분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했었다.

지난해 6월, WTF는 두 번째 조직개편을 단행한다.

마케팅 사업을 강화한다는 취지 아래 김세환 국제변호사를 마케팅·홍보부 총괄 사무차장으로 발령하는 한편 최만식 사무차장을 총무·기획재정부 사무차장으로, 임윤택 국내업무협력담당관을 경기·심판부 총괄 사무차장으로 기존 사무차장들의 업무를 조정하고 인사조치했다.

이전 직제개편과 비교하면 직무편제가 모호했던 국내업무협력담당부를 폐지하고 경기·심판부를 임 사무차장이 총괄토록 한 것으로 눈여겨볼 대목이었다.

지난해 9월에는 국제심판 관리부정 사태와 관련해 상벌위원회의 결과에 따른 후속조치로 사무차장들을 제외한 부장급들의 인사이동을 단행했다.

이상헌 경기부장을 마케팅부장으로, 유해민 심판부장을 경기부장으로 인사이동 하는 한편 김미리 심판부 직원을 마케팅부로, 이재욱 마케팅부 직원을 심판부로 각각 발령했다.

WTF는 여러 가지의 이유를 들어 조직개편과 인사이동을 단행했지만 사무처 직원들간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했다. 

● 2005년부터 시작된 내부갈등 

 WTF 사무처 직원들간에 만연돼 있는 내부갈등은 2005년도 10월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표면화돼 왔고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증폭됐다.

2005년 10월 19일부터 21일까지 국기원에서 열린 제25차 WTF 국제심판보수교육에 참가한 일부 국제심판들은 시험지를 백지로 제출하며 조정원 총재에게 보내는 13개 항목의 성명서를 발표한다. 현재 WTF 국제심판연합회라는 단체가 본격적인 활동을 전개하게 된 시발점이다.

또한 2005년 12월 28일 세계태권도경영자연합회는 WTF 사무처를 방문해 8개 요구사항에 대한 답변을 촉구하며 격렬히 항의했다.

WTF와 관련된 두 차례의 사건과 관련된 단체들의 주장을 자세히 살펴보면 유사한 점이 발견된다.

WTF 국제심판연합회의 성명서 내용 중 비태권도인 사무총장 퇴진, 집행위원과 기술위원회 분과위원장 겸직인사 퇴진. 세계태권도경영자연합회의 요구사항 중 스포츠어코드가 끝난 후 사무총장 퇴진, 집행위원들의 기술위원회 겸직 불허, 전 집행부에서 활동한 한국계 집행위원과 기술위원회 분과위원 퇴출 등의 항목은 WTF와 관련된 특정 인사들을 지칭한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당시 태권도계는 WTF 사무처 직원들간의 헤게모니 다툼이 표면화됐다는 해석을 내놓으며 배후를 지목하기도 한다.

물론 두 단체의 성격과 주장이 서로 다른데도 불구하고 WTF와 관련된 특정 인사들이 거론됨에 따라 WTF 사무처 직원들간 내부갈등이 표출되는 동시에 증폭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후 지난해 2월 WTF 사무처 직원들간 불신을 더욱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 일대 사건이 발생한다. 

바로 WTF 국제심판 관리부정 사태. 이와 관련해 경찰에 소환됐던 일부 WTF 직원들은 사태가 발생한 배경을 지적하며 사태의 실마리를 제공한 인사들에게 불만을 표시하는 등 직원들간의 갈등은 걷잡을 수 없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 문제해결은 조 총재 결단에 

곪을 대로 곪아버린 WTF 사무처 직원들간의 갈등을 지금까지 조 총재가 몰랐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 WTF 사무처 직원들간 갈등은 태권도계의 소식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을 정도로 확대된 상태.

조 총재는 지난해 1월 3일 열린 2006년도 WTF 시무식에서 사무처 임직원들의 화합을 강조하며 그간 빚어져온 갈등 상황을 모두 종식시킬 것을 당부했다. 직원들간 갈등을 인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좀 더 지켜보자는 관망적인 자세를 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당시 태권도계 일각에서는 WTF 행정시스템과 사무처 직원들간 갈등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조 총재의 화합 분위기 조성은 한시적인 미봉책에 불가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사무처 직원들간의 갈등은 시간이 지날수록 증폭돼 수습하기 힘든 지경까지 이르렀고, 조 총재는 직무정지라는 비장의 카드를 꺼낸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조 총재의 결단에 의해 단행될 조직개편에서 모든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무식이 끝난 후 조 총재가 직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는 모습.

● 조직개편후 행정체계 수술도 중요 

사무처 직원들간의 커뮤니케이션 부재도 내부갈등을 부추긴 큰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WTF의 조직구도에서 김운용 총재시절 사무처의 힘은 막강했던 반면 조 총재 체제가 들어서면서 기술위원회 기능을 강화하고 특별위원회를 구성, 활성화하며 사무처 직원들의 불필요한 개입을 자제시켰다.

하지만 WTF 사무처 직원들은 과거의 관행들을 버리지 못했고 자신들의 업무영역을 유지하기 위해 다투다보니 직원들간의 불협화음이 지속돼 왔다는 것이 태권도계의 시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직원들간의 대회는 단절되기 시작했고 부서별 업무협조도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했다.

특히 WTF가 추진하는 주요 사업에 대해서도 부서에 따라 직원들이 진행과정을 전혀 모르거나 무관심한 문제점이 노출됐으며 부서별로 친소관계가 형성돼 서로를 불신하는 풍조가 만연되기 시작했다.

사무처 내의 커뮤니케이션 부재로 인해 발생된 갈등은 결국 행정체계에 대한 대수술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태권도계의 여론이다.

김홍철 기자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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