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특별심사와 관련해 부정적인 여론이 들끓자 국기원이 지난 29일 오후 4시 특별심사 심의위원회를 개최, 보완을 결정했다.

그러나 4단 이상 유단자들에 대한 특별심사 월단 폭을 그대로 고수, 일부에서는 현재 5단인 국기원 모 임원을 빗대는 비아냥도 일고 있다.

한 태권도 관장이 검은띠를 자르고 단증을 불태워 국기원장 앞으로 보냈다.

국기원이 서둘러 내놓은 ‘특별심사에 대한 국기원의 입장’에 따르면, 보완의 골자는 우선 1단에서 3단 보유자의 경우 응시범위에서 제외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유사단증 또한 제외하며 태권도 단증에 대해서도 별도 심의위원회를 추가 구성해 철저한 자격 검증을 거치겠다는 것이다.

더불어 최고 250만원까지 받는 특별심사비 중 기금에 대해서는 기부금 형태로 국기원 성지화 사업, 태권도장 활성화 사업, 태권도 문화기반 조상사업 등 공익사업에 사용될 것이며, 이는 그동안 승단 단계를 정확히 지킨 태권도인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한 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물론, 국기원이 이에 앞서 ‘특별심사에 대한 충분한 공감대 형성이 이뤄지지 않은 관계로 불필요한 오해와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이유를 불문하고 사과의 말씀’을 전제했다.

그리고, ‘철저한 자격의 적합여부를 검증해 보다 공정하게 사업을 진행할 것이며,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임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특별심사에 대한 논란은 이대로 끝나는 것일까? 보완된 특별심사는 누구나 수긍할 수 있고 올바른 정책적 판단이 수반된 특별심사일까? 다시 따져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특별심사에 대한 논의가 스물스물 나오기 시작했을 때부터 우려된 점은 힘 있고 돈 있는 제도권 및 주변 인사들, 그리고, 월단을 통해서라도 고단이라는 헛된 명예를 얻으려는 이들을 위한 혜택적, 뿐 만 아니라 선택적 이벤트가 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다.
 
마찬가지로, 지금 국기원이 1단부터 3단, 즉 저단자로 통칭되는 유단자들에 대한 특별심사를 철회하면서 일부 여론의 비판을 수용한 듯 하지만 결국, 당시 우려에 대한 본질적 부분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처음부터 이렇게 될 것을 예상하고 저단자들의 월단을 미끼로 걸어놓은 것 아니냐는 ‘음모론’ 수준의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정책적 가치 판단에 따른 특별심사를 실시한다 하더라도, 4단 이상 유단자들에 대한 월단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

미친척하고 소설을 한 번 써보겠다.

1972년 4단을 땄다는 국기원 모 임원은 군 출신이며, 국기원이 특수법인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국기원에 입성해 집행부 임원을 맡고 있다.

그리고, 국기원에 입성한 후 5단으로 승단했다.

이번 특별심사 공고에 따라 따져보면 해당 임원은 9단 승단 응시 가능연령인 1962년 11월 20일 출생자이며, 본인의 말대로 1972년 4단 승단자라면 최초 단 승단연한(1단에서 9단의 경우 38년)을 적용해 9단으로 월단할 수 있다.

더불어 최초 단으로부터 9단으로 월단할 경우 중간 보유단은 자연스럽게 말소된다.

물론, 서류접수비 2만원에 심사비 70만원, 그리고 기금 200만원은 내야겠지만 말이다.

그럴 리 없겠지만, 굳이 국기원 임원을 예를 드는 것은 실질적인 국기원 행정의 책임자이며,  특별심사 해당 조건에도 해당하고, 특별심사 시행 근거로 국기원이 내세우는 ‘태권도 발전을 위한 활발한 활동에도 불구하고 부득이한 사유로 인해 제때 승단하지 못했다는 이유’라는 것이 얼마나 주관적인 것인가를 드러내기 위함이다.

페이스북 등 SNS와 기사 댓글 등에 ‘태권도 발전을 위한 활발한 활동을 했는데 왜 승단심사는 보지 않았냐’고 되묻는 순진한(?) 일선 태권도인들의 관점에서는 먼 나라 이야기다.

경기태권도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동안 승단을 하지 못한 선수 및 지도자들을 위한 조치라는 주장은 일면 설득력 있다.

그러나 국기원 태권도심사운영규칙 별표에는 유공자 특례적용 기준을 명시, 경기실적과 공로실적에 따라 승단연한 단축률을 이미 마련해놓고 있으며, 이것이 현실과 맞지 않고 단축률의 폭과 횟수에서 조정이 필요하다면 그에 따라 조정하는 것이 먼저 할 일이다.

국기원으로서는 특별심사에 대한 이번 보완을 계기로 난관을 돌파하고 싶겠지만, 여론의 반영은 여전히 싸늘하다. 그리고 정책적 판단에는 반드시 책임이 뒤따른다.

양택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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