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태권도인들의 큰 잔치 '세계태권도한마당 2006' 이 지난 4일 나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폐막했다. 

무주에서 개최된 이번 태권도한마당은 한국을 포함한 32개국 47개팀 3천5백여명의 선수단이 참가, 역대 최대규모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아직도 경연규칙의 졸속 변경, 참가자들의 경연규정 이해부족, 전반적인 운영 미숙 등 개선해야 할 점들이 적지 않았다.

세계태권도한마당 2006에서 박현섭 국기원 교학처장 겸 이사 등 한마당 관계자들이 녹화된 동영상을 확인하며 경기판독을 하고 있다.

● 경연시간 무분별하게 줄여 혼란 

국기원은 대회의 신속한 진행을 위해 지난해 경연규칙을 수정, 각 부문 경연시간을 대폭 줄여 적용했다. 손날, 주먹, 발 등의 격파부문은 지난해와 동일(30초 이내)했지만 종합격파는 2분 이내에서 1분 이내로, 공인품새 2분 이내에서 1분 이내로, 창작품새 2분에서 1분 30초로, 호신술 5분 이내에서 2분 이내로, 팀 대항 종합경연 9분 이내에서 7분 이내로 시간이 줄었다.

하지만 실제상황은 고려하지 않은 졸속 변경이어서 참가자들의 혼란을 일으켰다. 특히 다수의 보조원들과 함께 준비해가며 시연이 이뤄지는 종합격파부문의 경우 지난해 경연시간의 절반이나 줄어 무리가 따랐다.

올해 적용한 종합격파부문 경연규칙은 신기술 창작격파(필수)와 뛰어 다방향, 수직축 회전, 수평축 회전, 이동 다 방향 격파 중 2개 종목 선택 실시로 참가자는 총 3개 종목의 격파를 실시해야 했다. 4개의 종목을 모두 실시했던 지난해보다 1개 종목이 줄어든 것.

그러나 지난해 2분 동안 4개 종목 시연이 벅차다는 평을 들었던 점에 비춰보면 올해 시간단축은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했다.

공인품새부문도 1분 이내로 경연시간을 단축 적용해 참가자들이 불만을 토로했다. 공인품새부문은 세계태권도연맹(WTF)이 1분 이상 2분 이내, 대한태권도협회(KTA)가 1분 30초로 경기규칙에 명기해 각종 품새대회에 적용하고 있지만 국기원은 1분으로 줄여 참가자들이 시간에 얽매이게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 복장점검 없어 속옷에 신발까지 

태권도한마당은 대회가 아닌 경연, 축제라는 의미로 국기원이 태권도의 발전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행사다.

그러나 태권도한마당도 순위를 결정하며, 시상식도 이뤄지고 있는 게 현실이어서 지나친 승부욕으로 인해 과열될 소지는 충분하고 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것은 체계적인 경연규칙 마련과 이를 뒷받침하는 원활한 운영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올해 대회에서도 운영부분에 개선해야할 점이 너무 많았다.

각 부문에 참가하는 선수들을 식별할 수 있는 이름, 번호 등은 전혀 없는 상태였다. 게다가 참가자들의 경연순서가 맞지 않아 심판이 참가자의 이름을 일일이 점검해가며 경연을 진행시키는 웃지못할 상황이 연출됐다.

또한 참가선수 복장 점검을 하지 않다보니 남자 참가자가 태권도복안에 셔츠를 입기도 하고, 맨발이 아닌 태권도화를 신고 나와 경연 중간에 이를 시정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건도 발생했다. 타인의 도복을 빌려 입고 출전한 참가자도 있었다. 향후에는 경연에 앞서 복장에 대한 철저한 점검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기록종목 중 높이차기 격파부문은 참가자 신장을 고려하지 않아 신장이 큰 참가자들이 부당하게 유리한 입장이 되었다.

경연규칙 종합격파부문에 신기술창작격파를 필수종목으로 삽입했지만 신기술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다보니 참가자들과 심판들은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격파부문도 '주먹'과 '손날'에 대한 정의를 참가자들이 충분히 숙지하지 못해 자신이 실격처리된 데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도 있었다. 대표자회의에서 그림설명과 함께 충분히 이해시켜야만 했다.

참가자들의 중복출전(개인종목 1개, 단체종목 1개)은 허가하면서 이에 대한 배려는 부족해 3개의 경기장에서 경기가 겹쳐 열릴 경우 참가신청을 해놓고도 참가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 참가자들 기량은 예전 그대로 

이번 태권도한마당을 지켜본 대다수 태권도인들은 종합격파부문의 기량향상은 인정하면서도 참가자들의 전체적인 수준은 예전과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고 평했다.

특히 위력격파부문의 경우 참가자 대부분의 기량이 종전 태권도한마당에 비해 향상되지 않아 태권도인들의 위력격파에 대한 수련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위력격파는 오랜 시간 동안의 수련이 필수적이지만 단순하게 격파물 몇 장 깨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으로 참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손날, 주먹격파를 시연할 때 참가자들의 동작들도 제각각이어서 올바른 격파교육을 받지 못한 결과를 나타내주고 있다.

또한 태권체조의 경우 태권도의 동작에다가 음악을 접목시키려는 노력보다는 현란한 댄스동작과 화려한 복장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 참가자들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는 평도 받았다.

김홍철 기자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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