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원이 특수법인으로의 체제 전환을 위해 이사들로부터 서면결의를 받는 등 움직임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그동안 국기원 특수법인 전환에 대한 이사진들 간의 찬·반 논쟁이 있었으나 결국 승단심사 등 국기원이 계획하고 있는 목적사업을 법률적으로 보호받고, 투명하고 공정한 운용이 태권도 발전은 물론 국기원의 위상이 강화될 것이라고 판단해 특수법인 승인을 받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국기원은 이사들의 서면결의가 끝나는 대로 임시 이사회를 개회하고, 특수법인 승인 이후 태권도계의 정서와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내용이 잘 담겨져 있는지에 대해 정관을 최종점검한 뒤 결정된 사항을 문화관광부에 제출하는 절차만 남겨두고 있다.

국기원이 특수법인 승인을 받게 되면 지도자 육성 및 파견에 대해 정부로부터 예산과 행정적 지원을 받게 됨은 물론, 국가로부터 공적지위를 확보하게 돼 태권도 유사단체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난다고 하더라도 그 지위가 국기원에 비해 월등하게 낮아 활동의 법위가 지극히 제한적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앞으로 유사단체 난립을 막을 수 있는 장치일 뿐만 아니라 기존의 유사단체도 자연스럽게 해체될 전망이다.

이 외에도 국기원이 특수법인 승인을 받게 될 경우 태권도가 여러 가지 혜택을 받게 될 것이 사실이다. 국기원이 특수법인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별 이견이 없다. 현재 국기원을 운용하고 있는 이사들이 특수법인 전환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국기원과 태권도계가 특수법인 전환에 대한 오랫동안 고민해온 계획이 아니라 태권도공원 건립을 위한 '태권도특별법'이 부각되면서 이 법안을 만든 태권도진흥재단을 견제하기 위해 급조됐다는 것이다. 얼마나 시급을 다퉈야 했는지 모르겠지만 태권도계의 전체적인 공감대는커녕 대다수 태권도인들은 국기원의 특수법인 전환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

문제는 또 있다. 결국에는 국기원의 안방을 고스란히 내줘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특수법인 전환의 가장 큰 반대요인이다. 이러한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해 이사장과 원장을 분리하는 해결책을 내놓았지만 자칫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이사장은 이사들 중 1명을 문화관광부장관이 승인한다고 돼있다.

게다가 문화관광부 체육국장, 한국관광공사 국장급, 외교통상부 국장급, 태권도진흥재단 1인 등 태권도계와 무관한 인사를 당연직 이사로 포함시켜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장과 태권도계 이사들이 문화관광부와 가장 밀접한 관계인 이사장의 뜻을 한 목소리로 반대할 경우 기득권 지키기로 매도당할 수도 있다.

게다가 5년마다 정권이 바뀔 수 있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태권도가 정치예속화를 가져올 위험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태권도가 정치에 휘둘리면 장기적 관점에서 추진돼야 할 태권도 정책이 단기적 전시행정 위주로 흐를 우려가 있다.

아직 시간이 있다면 절충적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국기원을 특수법인 전환을 추진하되 태권도계의 특성을 존중해 특별한 권한을 부여받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정부 관계자가 당연직 이사에 포함되는 만큼 향후에도 그 외에 이사는 모두 태권도인으로 구성하고, 심의와 의결도 이사회의 결정에 문화관광부가 인정한다는 조항을 삽입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된다면 국기원이 특수법인 승인에 따른 태권도계가 우려하고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기원을 특수법인으로 전환하기 이전에 태권도계가 스스로 잘 운용할 수 있는 방안을 충분히 내놓을 수 있었다. 그 시기를 놓친 태권도계가 이젠 정부에게 의탁해야 하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김창완 기자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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