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제발표자 -토론자 대부분 내정

국기원이 오는 30일 한국체육대학교 합동강의실에서 '태권도 역사-정신 연구 세미나'를 개최한다.

국기원연구소는 지난 7일, 각 부문별 주제발표자와 토론자를 내정하고 본격적인 세미나 준비에 들어갔다.

역사부문 주제발표자는 나영일 서울대 교수와 노영구 국방대학교 교수이고, 토론자는 이경명 태권도문화연구소 소장, 양진방 대한태권도협회 기획이사, 이진수 한양대 교수이다.

정신부문 주제발표자는 안용규 한국체대 교수이고, 토론자는 정세구 서울대 명예교수, 김영선 연세대 전문강사, 이창후 서울대 강사이다.

국기원연구소 최상환 전임연구원은 "이번 세미나에서 나온 지적 사항과 결과를 보완해 역사-정신 연구팀이 보고서를 만들 것"이라며 "이런 차원에서 토론자는 날카롭게 토론을 펼칠 수 있는 사람으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염려되는 것이 적지 않다.

이번 세미나 주제가 지난 97년 대한태권도협회(KTA)가 주최한 '태권도 사관 정립을 위한 방향 설정과 태권도 정신 도출을 위한 세미나'와 흡사할 뿐만 아니라 주제발표자와 토론자들이 동일하거나 비슷하기 때문이다.

KTA가 97년 9월 주최한 세미나에서 사관 부문은 나영일 교수, 안용규 교수, 양진방 교수가 맡았고, 정신부문은 이진수 교수와 김철 교수가 각각 맡았다.

오는 30일 국기원이 주최하는 세미나에서 눈에 띄는 새로운 인사는 역사부문을 발표하는 노영구 교수와, 정신부문 토론자인 이창후 강사 뿐이다. 이경명, 김영선, 정세구 교수 등은 이 분야에서 정통한 사람들이지만, 9년 전과 비교했을 때 자신들의 논리와 주장에 큰 변화가 없다고 할 수 있다.

● 생산적인 세미나가 될 지 의문

현실이 이렇다 보니, 오는 30일 열리는 세미나가 9년 전에 열린 세미나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혹자들은 "재탕하는 것 아니냐" 또는 "9년 전의 내용과 별반 다를 것이 없을 것"이라고 우려할 지도 모른다.

물론 주제발표자와 토론자가 비슷하다고 해서 세미나 무용론을 제기하거나 무조건 비판적인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세미나가 열리기도 전에 '발목 잡는 식'의 비판을 하는 것도 옳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내용도 많다. 속단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한 최상환 전임연구원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이런 우려는 충분히 제기할 수 있다. 세미나를 주최하는 측은 과거에 주제가 비슷한 세미나가 있었다면, 유심히 사료(史料)를 살펴보고 생산적인 세미나가 될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해야 한다.

역사는 진보한다. 그렇다면 세미나도 진보해야 한다. 오는 30일 세미나를 본 사람들이 "9년 전과 내용이 같네" 혹은 "이런 세미나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며 혹평을 하지 말았으면 한다.

서성원 기자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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