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운규 국기원장은 지난 1일 ‘세계태권도한마당2006’이 열린 전라북도 무주에서 기자들과 가진 인터뷰에서 “세계태권도한마당을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도 개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 시기와 지역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세계태권도한마당 해외 개최와 관련해 국기원 내부적으로는 어느 정도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세계태권도한마당 해외 개최를 계획하는 이유는 국기원 위상 강화는 물론 격파, 호신술, 품새, 시범 등 전 세계에 화려한 태권도의 진수를 유감없이 보여줌으로써 겨루기로 대표되는 태권도에 대한 인식을 전환시키겠다는 목적이 담겨져 있다.

발전적인 취지로 보인다. 따라서 필자는 세계태권도한마당 해외 개최를 애써 반대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세계태권도한마당을 해외에서 개최할 경우 성·패 여부 때문에 걱정이 앞서는 게 아니다. 오히려 더 큰 성황을 이룰 수도 있다.

문제는 세계태권도한마당을 통해 외국인들을 한국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 때문이다. 세계태권도한마당은 국내에서 매년 열리는 유일한 국제적인 행사다. 그 횟수도 벌써 열다섯 돌을 맞았다. 대표성이 있느니 없느니 해도 참가자 수도 32개국에서 3천5백여 명이 출전했다. 세계태권도한마당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증거다.

태권도라는 상품을 널리 홍보하기 위해 소비자를 찾아가는 것도 썩 나쁜 방식은 아니다. 하지만 매년 그 날짜와 장소에 상품을 진열시키고 소비자들이 스스로 찾아올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을 세우는 게 훨씬 좋은 방안이다. 스페인의 토마토 축제와 독일의 맥주축제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축제가 된 이유도 바로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는 전략이 먹혀들었기 때문이다.

세계태권도한마당도 국기원과 태권도인들이 합심해 해외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창출해낸다면 충분히 세계적인 태권도 축제로 승화시킬 수 있다. 1994년 스페인 남부 작은 마을인 부뇰에서 토마토 값 폭락에 분노한 농부들이 시의원들에게 분풀이로 토마토를 던진 사건을 세계적인 축제로 승화시킨 토마토 축제는 세계태권도한마당보다 역사도 짧다.

독일의 맥주 축제 또한 바이에른 왕국의 초대 왕이 된 빌헬름 1세가 작센-힐드부르크 하우젠가의 테레제 공주를 맞이하며 5일간 음악제를 곁들여 한바탕 축제를 벌였던 게 독일을 대표하는 국민축제로 발전했다.

세계태권도한마당도 세계적인 축제로 발전시키지 못할 이유가 전혀 없다. 태권도는 세계 6천만 태권도 동호인을 보유한 거대한 스포츠 문화다. 가장 한국적인 문화의 향기를 물씬 풍기게 하고, 대중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성한다면 자연스레 해외 관광객들이 매년 그 날짜에 그 장소를 찾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굳이 세계태권도한마당을 해외까지 나가 개최하는 번거로움 없이도 외국인 동호인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이어지게 된다.

현재 세계태권도한마당에 출전하는 동호인 대부분이 국내 수련생과 대학생들이다. 자칫 해외에서 세계태권도한마당을 개최하면 참가인원이 적어 국내보다 더 초라해질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게다가 세계태권도한마당을 치를 그 국가와 대륙 국민들로부터 관심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외면당하게 될 경우 매년 열리는 세계태권도한마당이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조급해 할 이유가 없다. 각 국가협회나 한국인 해외사범들에게 공문 한 장 달랑 보내는 무성의한 홍보로는 안 된다. 한국관광공사와 각국에 파견돼 있는 해외공관들과 협조해 세계태권도한마당 개최에 대한 취지와 목적을 잘 홍보하면 갈수록 양질의 발전을 이룰 수 있다.

김창완 기자  wtkd@paran.com

<저작권자 © 태권도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창완 기자
• wtkd@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