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세 코트 점수가 다 똑같네.”

제87회 전국체전 태권도 경기가 열린 영천실내체육관. 임춘길 KTA 전무는 남자대학부 플라이급, 남자고등부 밴텀급, 남자일반부 밴텀급 결승전의 득점 상황이 3회전 중반까지 동점이자 이같이 말했다. 결국 이 세 경기는 모두 서든데스(연장전)에 가서 승패가 가려졌다.

지난달 18일부터 22일까지 경북 영천에서 열린 제87회 전국체전에서는 유독 서든데스가 많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심판 판정에 항의하는 대부분의 소요 사태는 서든데스가 끝난 후 발생했다. 공식적으로 판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소청도 서든데스가 끝난 후 접수됐다.

두 선수가 동점인 상황에서 먼저 득점하면 경기가 종료되기 때문에 선수나 코치, 그리고 관중석에서 응원하는 사람들은 모두 긴장하기 마련이다. 3회전까지 판정에 불만이 있어도 서든데스에서 이기면 문제가 없지만, 만약 패하면 그동안 참았던 불만의 응어리가 한꺼번에 터져 나와 격한 행동이 여과없이 분출되는 것이다.

변화무쌍하고 예측하기 힘든 태권도 경기의 속성상, 서든데스에서 이긴 시도협회는(소속 선수가 열세인 경기라고 해도) 일단 한 숨을 돌리지만, 패한 시도협회는 분통을 터뜨리는 것이 한편으로는 당연하게 보일 수도 있다.

서든데스가 끝난 후 발생한 거센 항의의 전형은 지난 19일 열린 남자고등부 페더급 예선전 전북 김배훈과 서울 한용민의 경기와 지난 21일 열린 남자대학부 미들급 예선전 충남 김정수와 전남 윤희성 경기라고 할 수 있다.

서든데스로 가기 전부터 심판 판정(주심도 포함)에 이의를 제기한 전북과 충남의 관계자들은 소속 선수가 패하자 경기장에 들어와 KTA 관계자들과 몸싸움을 하는 등 거세게 항의했다.

KTA 관계자들은 서든데스가 끝난 후 항의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에 대해 “3명의 부심이 3대 0으로 표출하면 큰 문제가 없을 텐데, 대부분 2대1이 되다 보니 항의가 많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박용국 KTA 기술전문위원회 부의장은 “청 선수와 홍 선수가 동시에(혹은 간발의 차이로) 오른발로 돌려차기를 하면, 1부심은 청 선수에게 득점을 주고 2, 3부심은 홍 선수에게 득점을 준다. 이것은 부심들의 위치상(삼각형) 사각지대가 생기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부의장은 “이것은 3부심제의 맹점”이라며 “세계태권도연맹처럼 부심을 4명으로 하는 등 앞으로 연구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이 말에 황춘성 의장도 비슷한 입장을 보였다.

동점 상황에서 우세판정승으로 승패를 가리는 방식에 문제가 많아 서든데스제를 도입했지만, 판정 시비는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동점 상황에서 우세판정승으로 승패를 가리던 것보다 서든데스로 승패를 가리는 비율이 더 늘어났고, 잡음도 많아졌다.

따라서 주위에서는 사람이 판정을 하는 한 이같은 일은 근절될 수 없다며, 전자호구만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편 KTA는 전국체전에서 서든데스에 의한 잡음이 일자 이달 5일부터 10일까지 열리는 2006 우수선수선발전 겸 2007 국가대표 선수선발 예선전부터 강도가 좀 약하더라도 선제공격을 한 선수의 득점을 인정하기로 했다.

서성원 기자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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