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천에서 열린 제87회 전국체전 태권도 경기가 끝나자 주위에서는 심판 판정에 거칠게 항의한 시도협회 관계자들을 싸잡아 비판했다. 경기장에 들어와 욕을 하고 삿대질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판정에 항의한 모든 시도협회 관계자들을 무조건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 명분도 없이 항의를 한 관계자들도 있지만, 판정이 억울해서 참다 못해 항의를 한 관계자들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 선수들을 죽이려고 하는 건지, 해도 너무한다”고 항의한 한 시도협회 전무의 말을 단순한 푸념으로 치부해선 안된다.

이번 전국체전에서 발생한 항의 사태 중 일부의 빌미는 심판들이 제공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김모 심판과 관련된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황춘성 부회장 겸 기술전문위원회 의장과 임춘길 전무도 김모 심판이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다. KTA의 한 관계자는 “그 심판 때문에 집행부가 애를 먹었다”고 했고, 한 심판은 “그 심판 때문에 심판들이 욕을 먹는다”고 했다.

임 전무는 지난달 31일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烏飛梨落)는 식으로 그 심판이 실수를 했는지, 아니면 고의로 했는지 정확히 알아보지 못했지만, 그 심판과 관련된 문제가 몇 건 있었다”며 김모 심판에 대한 구설은 충분히 나올 수 있는 것이라고 시인했다. 임 전무는 징계를 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테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경기장 질서 확립은 선수와 코치, 감독, 그리고 시도협회 관계자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심판도 경기장 질서 확립에 기여해야 한다.

따라서 실수가 됐든, 고의가 됐든 편파 판정을 계속해서 일으켜 항의의 빌미를 제공하는 심판은 경기장 질서를 확립하는 차원에서라도 퇴출시켜야 한다. 이것은 심판들의 사기와 위상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KTA 집행부도 더 이상 심판을 감싼다는 비판을 받지 않기 위해선 과감하게 징계를 해야 한다. ‘한 마리 미꾸라지가 깨끗한 개울을 흙탕물로 만든다’는 말처럼 몇 명의 몰지각한 심판들이 심판부 전체의 이미지를 훼손시켜선 안 되기 때문이다. 집행부의 결단을 촉구한다.

서성원 기자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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