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9월 17일부터 20일까지 장충체육관에서는 제24회 서울올림픽 시범종목으로 채택된 태권도 경기가 열렸다.

남자 32개국 120명, 여자 16개국 63명이 참가한 경기에서 한국 남자대표팀은 금메달 7개, 은메달 1개를 획득해 종합우승을 했지만, 여자대표팀은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 동메달 2개로 미국에 밀려 2위를 하는데 그쳤다.

여자대표팀이 홈그라운드의 잇점에도 불구하고 우승을 하지 못하자 한국 태권도계의 충격은 컸다.

당시 여자대표팀 코치를 맡았던 김영인, 박필순은 그 이유를 이렇게 진단했다.

“여자대표 선수들은 지난 2월 국가대표선발전에서 체급별 우승자를 선발한 후 제8회 아시아태권도선수권대회에 참가했다. 그 후 강화훈련에 돌입해 국기원 앞에 숙소를 마련해 놓고 새벽 6시에 기상해 크로스컨트리, 로드윅을 통해 체력 보강훈련을 했다. 오후 3시부터 실전을 바탕으로 기술을 쌓아왔다.

여자부 경기는 대만, 스페인, 터키, 미국, 멕시코가 한국과 더불어 각 체급에서 우승을 다룰 것으로 예상했는데, 월등한 체격과 기술로 고른 기량을 보여준 미국이 금메달 3개,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따내며 1위를 석권했다.

외국 선수들은 다양한 전술에 의한 공격과 득점보다는 주로 긴 발을 이용한 직선 동작을 많이 구사했다. 또 스텝 동작에 속지 않으며 움직임에 따라 앞 발로 견제하는 것이 공통점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우리 선수들은 앞 발을 사용하는 동작에 대한 대비책을 강구해야 하며 역으로 공격할 수 있는 과감성이 필요하다.

우리 선수들은 신장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전술 훈련을 충분히 했으나 과감성 결여와 실전 경험의 부족 등으로 인한 엄청난 신장 차이로 역습을 당하는 일이 일어났다.

경기에서 중요한 것은 순간적인 상황 대처이다. 그러한 상황을 유리하게 이끌어 나아갈 수 있기 위해서는 신장의 격차를 좁혀야 하고 강한 정신력과 근성을 키워야 한다.” <대한태권도협회 발행, 계간 태권도 제66호 참조>

한편 남자대표팀 코치였던 이승국, 김세혁은 외국 선수들의 기량이 성장한 만큼 앞으로 외국 선수들에 대한 기술 정보를 수집하고, 체격과 체력, 기술이 좋은 우수 선수를 발굴하며, 해외 전지훈련 및 친선 경기를 자주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음은 한국대표선수단 경기 결과.

△남자
·핀급=권태호 1위 ·플라이급=하태경 1위 ·밴텀급=지용석 1위 ·페더급=장명성 1위 ·라이트급=박봉권 1위 ·웰터급=정국현 1위 ·미들급=이계행 1위 ·헤비급=김종석 2위
△여자
·핀급=이화진 2위 ·플라이급=추난률 1위 ·밴텀급=박선영 3위 ·페더급=김소영 3위 ·라이트급=이은영 예선 탈락 ·웰터급=김지숙 2위 ·미들급=김현희 1위 ·헤비급=장윤정 2위

서성원 기자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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