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천에서 열린 제87회 전국체전 태권도 경기에서 어김없이 거센 항의가 속출해 태권도가 ‘전국체전의 말썽꾼’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8일과 19일, 경기장 안팎에서는 심판 판정에 항의하는 소요 사태가 5번 정도 일어났다. 이중 전북협회 관계자들은 소속 선수들이 두 번이나 서든데스(연장전)에서 패하자 경기장으로 몰려 나와 거세게 이의를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사람들은 고성과 욕설, 몸싸움을 하는 등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했다.

강석한 질서대책분과 부위원장(앞줄 오른쪽)이 경기장에 들어와 항의를 하고 있는 최동열 전북협회 상임부회장을 경기장 밖으로 이끌고 있다.

● 항의 소동과 KTA의 입장 

고봉수 전북협회 전무는 “우리하고 심판들이 무슨 원수를 졌느냐”며 “이기게 해 달라는 것이 아니다. 경기를 정확히 봐 달라는 것”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대한태권도협회(KTA) 집행부는 전북 관계자들이 두 번이나 경기장에 난입해 거칠게 불만을 표출하자 각 분과위원장을 긴급 소집해 대책을 논의하고, 전북협회 임원들을 불러 한번 더 경기장에 내려와 항의를 하면 중징계를 주겠다고 경고했다.

황춘성 기술전문위원회 의장은 “심판 판정의 옳고 그름을 떠나 항의하는 방법이 잘못됐다”며 “항의를 방치할 경우, 다른 시도협회가 따라할 수도 있어 강경하게 집행부의 입장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고 전무는 “해도 너무 한다. 정확하게 경기를 보고 판단해 달라”며 “그런 일(항의)이 벌어지지 않도록 집행부도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북 이외에도 지난 19일에는 광주도 거세게 항의했다. 광주협회 윤웅석 전무와 윤오남 감독이 경기장에 들어나 수건을 던지며 심판 판정에 불만을 나타냈고, 충남협회 관계자들은 경기장 밖에서 “이런 식으로 판정하지 말라”며 항의했다.

또 서울협회 임윤택 상임부회장은 체육관 VIP실에서 임춘길 전무를 만나 종합성적과 심판 판정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분위기가 험악하고 냉랭해지기도 했다. 임 전무는 임 부회장과 어떤 이야기를 했느냐는 물음에 “말로 안 되는 이야기를 한다”며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 항의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 

항의를 바라보는 시각은 두 가지로 나뉜다. KTA 집행부와 항의를 가급적 하지 않는 시도협회 측은 “말도 안되는 것을 꼬투리 잡아 억지로 항의하는 것은 역겹다” “유리한 판정을 위해 술수를 부리는 것”이라며 명분이 없는 항의에는 강력히 대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항의를 하는 시도협회 측은 “심판 판정에 문제가 있으니까 항의를 하는 것”이라며 항의 자체를 문제 삼기 전에 심판 판정을 제대로 하도록 집행부가 노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불공정한 판정을 방치하고 방관하면서 이에 불만을 표출하는 것만 문제 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경일 KTA 경기분과위원장은 “시도협회의 태도를 종합 점수에 반영하는 등 특단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항의가 없어지는 것은 현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승부 지상주의’로 치닫고 있는 과열 분위기가 항의를 불러일으키는 요인이라, 사람이 판정하는 시스템과 태권도 경기의 속성상 항의는 근절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다만 항의가 일어나지 않도록 집행부는 심판 위촉과 판정에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고, 시도협회는 명분없는 항의를 하지 않는 등 경기장 질서를 위해 협조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서성원 기자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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