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태권도계는 태권도 역사를 새롭게 정립하고 보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흐름에 발 맞춰 이번 호부터 태권도 원로인 백준기 오도관 총본관 명예회장의 '군 태권도 비사'를 2회에 걸쳐 게재한다. <편집자>
오도관(吾道館)을 군(軍)에 기반을 두고 태권도를 보급하던 최홍희 장군을 내가 처음 만난 것은 1951년 2월이었다.
강원도 동해안 동부전선의 방위를 전담한 육군 제1군단사령부에서 당시 참모장(준장)이었던 최홍희 장군을 강릉에서 조우한 것이다.
6. 25 전쟁이 한창 치열할 때, 나는 1군단 예하 수도사단에서 '소모품 장교'라는 병명을 듣던 육군 소위였다.
나는 그때 이미 청도관을 창설한 이원국 사범님으로부터 태권도(당시는 당수도) 2단을 수여받고 장교로 군 복무를 하고 있었다.
1952년 가을, 육군 제1군 사령부 공병부 소속으로 대위였던 나는 당시 통신부 소속이었던 엄운규(현 국기원장)와 주축이 되어 제1군 사령부에서 처음으로 태권도 교육대를 영내에 만들어 양철 재료로 만든 군 막사를 빌려 하루 2시간씩 장병들에게 태권도를 교육했다.
그 뒤를 이어 우종림과 홍성인이 지도 사범으로 활발하게 태권도를 보급해 제1군 사령부 예하부대의 많은 장병들을 태권도 지도요원으로 키워냈다.
1954년 초, 보병 제29사단 사단장이었던 소장 최홍희 장군은 대위 남태희를 부관으로 두고 전 사단 장병들에게 태권도를 교육해 오늘날 오도관의 초석을 이뤘다.
나는 1955년 9월 미국 육군공병학교 초등군사반 유학시험에 합격해 6개월간 유학생활을 하면서 연합국 장교 학생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기도 했다.
이승만 대통령은 1957년 생신날에 경무대 뒤뜰에서 평소 좋아하는 태권도(당수도), 궁도, 유도 등 무술연무시범대회를 보는 것을 즐겼다. 이때 태권도 시범은 청도관 소속의 관원들이 했다.
그럴 즈음 자유 월남국(현 베트남)의 고딘 디엠 대통령이 이승만 대통령의 초청을 받고 방한해 첫 방문 부대로 보병 제29사단을 찾았다. 그 당시 태권도 연무시범을 본 고딘 디엠 대통령은 "한국군이 백병전에서 공산군을 무찌른 원동력이 태권도"라며 감탄을 연발했다.
그리곤 월남국민에게 태권도 연무시범을 보여주고 싶다며 이승만 대통령에게 요청하자 이 대통령은 흔쾌히 승낙했다.
1959년 2월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 장병 중 16명을 엄선해 태권도 연무시범단을 만들어 월남국으로 파견되었다. 이때 나도 파월태권도연무시범단의 일원으로 선발되었다.
처음에는 일주일 정도 체류하게 되어 있었으나 월남 현지 국민들의 열렬한 환영과 호응으로 연장 체류가 불가피하게 되자 월남주재 최덕신 대사가 이 대통령에게 체류 연장 건의 전문을 보내 경무대에서 한 달이 넘어도 좋다는 승인을 받아 1개월간 월남 방방곡곡을 누비변서 연무시범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 후 대만 정부의 요청으로 대만에서도 연무시범을 했다.
<다음 주에 계속>
백준기 원로(베트남 초대 태권도 교관단장) wtkd@par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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