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30일 막을 내린 제7회 경주 코리아오픈 국제태권도대회. 종주국 오픈대회라는 이름에도 불구하고 대회 시작을 알리는 개막식은 그야말로 본 취지와는 어울리지 않는 구성이라는 비판을 자초했다.

우선 개막식 축하공연에서는 노출이 심한 의상의 댄스 팀이 출연해 밤무대에서나 볼 법한 무대를 선보였다. K-POP 등 한류 확산에 기대어 보겠다는 취지였겠지만, 그 어디에서도 이 대회와의 관련성을 찾아볼 수 없는 조잡한 무대였다.

개막식 무대에 올린 댄스 공연

또한 식후 축하 공연으로 대한태권도협회 시범단이 무대에 올라 시범을 선보였으나, 이 역시 협회가 자랑하는 ‘탈(TAL)' 팀의 공연이 아닌 평이한 구성의 시범을 선보여 아쉬움을 남겼다.

코리아오픈 전체 예산은 국고, 경상북도 보조비, 경주시 예산 등 약 10억 원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대한태권도협회가 실질적으로 집행하는 예산은 국고지원 2억 1천만 원. 이 예산은 해외 VIP 초청비, 숙박비, 대회 임원 인건비, 전자호구 및 대회 전산 운영업체 임대비 등으로 사용된다.
 
반면 경주시가 실질적으로 집행하는 예산 중 이번 대회 개막식 예산은 약 1억 원 내외. 경주시는 개막식을 준비하며 지역 내 관련 업체들이 행사를 도맡도록 진행을 맡겼다. 지난 경주세계선수권대회에서 개막식 행사를 공개 입찰로 했다가 타 지역 업체가 선정돼 옹색한 처지가 되어버린 선출직 지자체장 입장에서는 당연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개막식의 질은 수준 이하였다. 

불거진 문제점은 이만이 아니다. 14개국 228명에게 지원된 체육교류국 숙식 지원 역시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코리아오픈대회는 대부분 저개발 국가를 대상으로 체육교류국을 선정하고 대회 기간 중 숙식을 제공한다.

이미 나온 보도에 따르면 이들에게 제공된 게스트하우스 중 한 곳은 수년간 방치되었던 숙박업소로 낡은 시설과 곰팜이 냄새 등으로 열악하기 짝이 없었다. 일층에 마련된 식당은 10명 남짓 수용 가능한 공간이었으나, 이 게스트하우스에는 79명의 선수단이 묵고 있었다.

폐쇄됐던 숙박업소에 대회 일주일 전 영업허가증과 사업자등록증을 내고 선수단을 받다 보니 열악한 시설과 환경에 이곳을 찾은 선수단의 불만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또한 세계선수권대회를 도맡은 공무원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노하우를 발휘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회의 질이 진화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특히 지난 세계대회를 치러냈던 조직위 소속 공무원들이 대회 후 경주시로부터 어떠한 포상이나, 인센티브도 없어 공무원들 사이에서 태스크포트팀 합류를 반기지 않았다는 후문까지 전해지고 있다.

경주시와 공동조직위원회를 구성한 대한태권도협회는 대회 준비 과정에서 경주시와 보다 더 긴밀하게 대회를 준비했어야 한다. 최근 몇 년 간의 굵직한 국제대회에서 해외 선수단의 기량 향상, 개혁에 실패한 국가대표 운영 등으로 한국은 더 이상 경기력을 내세울 수 없는 형편이 되었다.

그렇다면 경기력 외적으로 종주국에서 보여줄 수 있는 대회의 수준과 문화에 대한 방점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코리아오픈은 이전 6번의 대회를 치러오면서 브리티쉬 오픈처럼 참가 국가 대표 1진급들이 참가하는 질적 수준을 담보하는 대회로 성장하지도, 축제적 성격의 이벤트로도 발전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해왔다.

이번 대회를 포함해 경주에서 3번의 대회를 격년으로 열기로 하면서 예산 확보 등 대회 개최의 안정성을 확보한 만큼 종주국 오픈대회의 방향을 보다 선명하게 설정하고 접근했어야 한다. 대회의 양적 팽창과 질적 변화,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는 것은 좋다. 그러나 그에 어울리는 방향설정과 진지한 고민이 부족했다.

<양택진 기자>

양택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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