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이제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 태권도 ‘종주국’ 위상에 흠집이 생기기 시작했다. 2009년 세계선수권대회, 2010년 아시안게임, 2011년 세계선수권대회, 2012년 아시아선수권대회 등 최근 3~4년 동안 국제대회 성적을 살펴봐도 최악이다.

그리고 지난 11일(태권도경기)끝난 2012 런던올림픽은 한국 태권도에 위기의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한국은 11일 벌어진 런던올림픽 태권도 최종일인 남자 80㎏이상급과 여자 67㎏이상급에 출전한 차동민(한국가스공사), 이인종(삼성에스원)이 모두 메달 획득에 실패하면서 금·은메달 각각 1개로 대회를 마쳤다.

런던올림픽 태권도경기 남자 -58kg급 금메달리스트 곤잘레스 보니야 호엘(스페인, 왼쪽)과 이대훈의 결승전 경기 장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시점을 전후로 해서 한국 태권도의 성적은 계속 뒷걸음치며 위기감이 돌았다. 그러나 대한태권도협회(KTA)와 지도자들은 또다시 ‘어떻게 되겠지’ 하는 요행을 내심 기대한 모습이 역력했다.

태권도가 올림픽에 첫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이후 각국의 올림픽위원회와 태권도협회는 세계선수권대회를 비롯한 각종 오픈대회에 출전하면서 기량을 향상시킴은 물론 국제대회 경험을 쌓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전자호구가 등장하자 적응하기 위한 걸음도 한국 팀보다 훨씬 앞서갔다. 그때 한국 태권도 관계자들은 “전자호구 때문에 태권도가 재미없어졌다” “태권도에 없는 발차기가 등장했다” “닭싸움 같다” 등등 전자호구에 대한 비난만 늘어놓았다.

이처럼 쓸데없는 불만만 늘어놓으며 허송세월 하다가 급변하는 세계 태권도 흐름을 앞질러 나가지 못하면서 결국 유럽세 등 경쟁국들에게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유럽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국가협회는 벌써부터 4년 뒤 리우 데 자네이르 올림픽을 겨냥해 훈련을 시작했다.

한국 팀도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항상 대회가 끝나면 KTA와 지도자들은 대표 팀 운영에 대한 자신들의 주장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말뿐이다. 계획으로 옮겨진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참담한 성적을 거둔 뒤에야 ‘소 잃고 외양간 고치듯’ 전임코치를 선임했다. 전임코치 선임도 실무자들 계획에 의해 이뤄진 게 아니라 홍준표 회장이 진노해서야 ‘눈 가리고 아옹’ 하는 식으로 고작 1명의 전임코치를 선임한 것이다.  

한국 태권도 이젠 달라져야 한다. 종주국의 자만심을 버리고 유럽 등 태권도 강국들의 훈련시스템을 도입해 한국 팀에 맞는 훈련시스템으로 변화시켜내야 한다. 3~40년 전부터 해오고 있는 훈련방법으로 더 이상 안 된다는 것을 이번 런던 올림픽에서 처절하게 느꼈다.

무조건 전임코치 한 명 달랑 선임한다고 해서 경기력이 향상되는 것이 아니다. 먼저 훈련계획과 방법을 세우고 그에 맞는 적정수의 지도자들을 선발해 코칭스태프를 구성해야 한다. 또 KTA는 코칭스태프와 정기적인 회의를 통해 문제점을 보완해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자호구와 차등점수제 등 계속되는 빠른 변화에 대한 대응도 필요하다. 전자호구가 센서를 통한 득점 판정이 이뤄지는 만큼 분석요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큰 기술 보다는 세밀하고 효과적인 기술을 구사하는 시대인 만큼 전자호구에 대한 정확한 분석은 중요하다.

단발공격과 등을 보이며 도망 다니는 것은 한국 선수들이 반드시 고쳐야 할 부분이다. 이번 런던 올림픽에서도 확인했듯이 외국선수들은 양발을 자유자재로 쓰며 연속공격에 의한 득점을 빼내는 반면 한국 선수들에서 연속공격은 찾아볼 수 없었다. 기량, 체력, 정신력 등 어느 것 하나 뛰어난 게 없었다.

한국 태권도가 거센 도전에 직면한 태권도가 다음 올림픽에서 다시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우수한 신인 발굴과 상비군 시스템의 도입도 절실하다.

<김창완 기자>

김창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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