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경선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이후 긴 슬럼프에 빠져 허우적댔던 황경선(26·고양시청)이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마침내 올림픽 2연패의 꿈을 이뤘다.

슬럼프를 겪을 당시 대부분의 태권도 관계자들은 “이제 끝났다”, “올림픽에서 금을 따더니 배가 불렀다” 등등 황경선에 대한 시선과 평판은 그리 곱지 않았다.

그러나 황경선은 이러한 비난여론을 비웃기라도 하듯 런던 올림픽에서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며 태권도 여왕으로 등극했다. 금메달을 목에 건 뒤 심각한 당뇨 증상으로 한쪽 눈이 거의 보이지 않는 “어머니가 가장 보고 싶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금메달을 딴 11일 저녁 국제전화로 런던에 있는 황경선 연결해 소감을 들어봤다.

- 올림픽 2연패를 진심으로 축하 한다. 소감은.
▲ 너무 좋다. 후련하다. 날아갈 것 같다. 아직 경기가 남아 있는 동료들도 모두 금메달을 땄으면 좋겠다. 열심히 응원하겠다.

- 가장 하고 싶은 게 있다면.
▲ 쉬고 싶다. 그동안 규칙적인 생활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 그래서 놀고도 싶고, 평소 먹고 싶은 것도 마음껏 먹고 싶다. 규칙을 벗어나 잠시 자유분방한 생활도 한 번 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

- 올림픽이 끝났다. 체중과 컨디션 조절을 위해 많이 참았을 것이다. 지금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은. 
▲ 집에서 어머니가 해주시는 밥을 먹고 싶다. 집에서 밥을 먹은 지가 언제인지 모르겠다. 집에 가본지도 오래됐다. 딱히 평소 즐겨먹는 음식은 없지만 다 잘 먹는다.

-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다. 가장 고마운 사람과 보고 싶은 사람은.
▲ 그동안 저를 가르쳐 주신 은사님과 팀 동료들이 고맙다. 지금은 많이 회복되셨지만 아직도 당뇨가 심각하다. 한쪽 눈이 실명 위기에 놓여 있다. 빨리 어머니가 보고 싶다.

- 경기 당일 컨디션은 어땠나.
▲ 별로였다. 그래서 첫 경기를 풀어나가는데 애를 먹었다. 하지만 한 경기 한 경기 해나가면서 긴장이 풀렸고 서서히 컨디션을 찾을 수 있었다. 오히려 결승전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 그렇다면 가장 어려웠던 상대는.
첫 경기 상대였던 코트디부아르의 그바그비 루스다. 왠지 안 풀렸다. 잘 알려진 선수도 아니었다. 게다가 변칙적인 선수라 꽤 힘들었다.

- 선수생활은 언제까지 할 계획인가.
▲ 고양시청과 앞으로 2년 더 계약이 돼 있는 상태다. 함준 감독님과 상의 하겠지만 2년은 더 선수생활을 해야 할 것 같다. 내년 멕시코 세계선수권대회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노력하겠다.

-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기 위해 많은 후배들이 땀을 흘리고 있다. 후배들에게 조언한다면.
▲ 세계의 벽이 그리 만만치 않다. 많은 후배들이 국내선발전만 통과하면 올림픽이든 세계선수권대회든 출전만 하면 금메달을 딸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나 또한 그랬다. 안일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 겨루기는 실전이다. 실전훈련을 많이 하면서 국제경험을 쌓는 게 중요하다.

<김창완 기자>

김창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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