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성재 관장

월요일 오전 10시. 태권도장에서는 이 무렵이 가장 한적하고 고요한 시간이다. 그런 시각 대구시 북구 복현동 강희태권도장 입구에 다가갈수록 야무진 기합소리가 터져나온다. 30~40대로 보이는 여자 수련생들의 발차기 연습이 한창이다. 땀에 흠뻑 젖은 채 운동에 심취한 모습이 무척 진지해 보인다.

기본 발차기 연습이 끝나자 2개 조로 나뉘어 미트 발차기를 시작한다. 강력한 앞차기와 돌려차기를 고스란히 받아낸 미트가 통쾌하게 뻥뻥 소리를 낸다. 숙련된 돌려차기와는 다르게 뒤후려차기와 돌개차기 연습에서는 중심이 흔들려 발이 목표물을 빗겨 나가는가 하면 비틀거리기까지. 이내 수련장이 웃음바다로 변한다.

“생활에 활력이 넘쳐요. 무료했던 주부생활이 태권도로 확 달라졌어요. 스트레스는 아주 멀리 쫓아 버린 지 오래랍니다.” 수련 기간을 짐작케 하는 빛바랜 검은띠를 맨 김선미(40, 북구 복현동) 씨가 태권도를 극찬한다. 태권도가 삶의 일부가 돼 버렸다는 윤선영(39, 북구 복현동) 씨는 “남편이 맘에 들지 않을 때는 나도 모르게 태권도 동작이 나온다”며 우스개를 던진다. 십여 명이 참가하는 이 주부 수련생들의 태권도 수업에는 즐거움과 활기가 넘쳤다.

‘어머니가 건강해야 가정이 건강하다’는 송성재(43) 관장의 생각으로 시작한 강희태권도장의 어머니태권도교실이 벌써 6년째 이어지고 있다.  

송 관장의 성인 태권도 지도는 어머니태권도교실뿐이 아니다. 평일 오전 6시부터 한 시간씩 대구 인근 미군부대에서 군인들을 대상으로 태권도를 지도하고 있다. 매일 새벽 지도가 고단하기도 하지만 외국인에게 태권도를 전파한다는 생각에 보람이 크단다. 도장 수련생들에게도 부대 내에서 시범공연, 캠프 등의 기회가 주어져 송 관장은 즐거운 마음으로 매일 새벽지도에 임한다. 

올해부터 강희태권도장에는 성인 태권도반이 더 늘어난다. 물론 기존 청소년 수련시간을 제외한 오전과 저녁 늦은 시간대에 이뤄진다. 먼저 오전에 한 차례 이뤄졌던 어머니태권도교실을 한 개반 더 늘려 오후 1시 30분 타임을 추가할 계획이다. 덕분에 오전에 시간을 내기 어려운 주부들도 이제 태권도를 배울 수 있게 됐다.  

또 어머니태권도교실 수업이 없는 화?목?토요일에는 외국인 수련생 반을 만들기로 했다. 도장 인근에 외국인 강사들이 많이 거주하며 도장 건물에도 많은 학원들이 있어서 이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겠다는 계획이다.

저녁 9시에는 손기술과 겨루기를 주로 한 전투태권도반을 만들어 고교생과 성인들을 위주로 교육키로 했다. 이미 모든 프로그램과 구체적인 지도 계획이 완성된 상태다.

송성재 관장의 구령에 맞춰 태권도 동작을 연습하고 있는 주한미군들.

‘새벽부터 밤까지 도복을 입고 뛰어다니며 참 많은 계획과 준비가 이루어지는구나. 이렇게 일선에서 묵묵히 노력하는 송 관장 같은 태권도인들이 바로 종주국 태권도를 지탱하는 버팀목이 되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든든했다.   <신병주 기자>

신병주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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