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봉래 관장

지난해 11월 열린 대한태권도협회(KTA) 도장경진대회에서 ‘호흡을 이용한 체험수련 지도법’으로 결선에 진출해 동상을 수상한 경희대태권도도장 노봉래 관장(47)은 대회 참가 이유에 대해 “동료 지도자들에게 누구나 다 할 수 있다는 것, 나이가 들어도 충분히 재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일산서구 주엽동에 있는 경희대태권도도장의 노 관장은 이 지역에서만 17년째 수련생들을 지도해왔다. 한때 400~500명의 수련생들로 호황을 누리기도 했고, 2005년에는 같은 건물 문구점에서 방화가 발생해 모든 것이 잿더미가 되기도 했다. 잿더미가 된 도장을 나와 바로 인근에 새 도장을 열었지만 태권도컨설팅업체 등 외부활동을 병행하다 관원 수가 급격이 줄어들면서 운영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리고 2008년 노 관장은 다시 재기의 목표를 세웠다. 바로 도장경진대회에 참가해 성공적인 도장 재기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것이었다. 태권도장 운영에 관한 노 관장의 화두는 호흡을 이용한 태권도 수련법.

숨을 들이마시고, 멈추고, 내쉬는 호흡을 동작의 형태와 호흡의 속도에 따라 기공형과 역근형, 통합형으로 나누고, 다시 이를 연령대에 따라 적합한 수련법으로 구분했다. 그리고 수련생들의 일상적인 인사에서부터 주춤서기, 주먹지르기, 막기 등의 다양한 수련동작에 접목해서 심신의 건강을 꾀하는 수련법을 도장에서 실시한 것이다. 웰빙이라는 사회적인 조류에 맞춰 기수련이나 뇌호흡, 명상 등이 주목을 받는 가운데 호흡을 통한 체험수련법을 태권도에 결합한 것이다.

이러한 호흡을 이용한 수련법이 주목을 받게 된 것은 2009년 신종플루가 무서운 기세로 퍼질 때였다. 일선 학교마저도 휴교를 하는 상황에서 태권도장들 역시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경희대태권도도장에서는 오히려 입관생이 늘어나는 계기가 되었다. 노 관장은 “호흡은 인지가 중요하다.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것을 항상 생각하면서 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내가 호흡하고 있다는 사실을 정확히 인지하고 태권도 동작을 병행해서 수련하다 보면 자연스레 몸의 건강과 마음의 건강을 얻을 수 있다. 당시 도장에서 호흡법을 이용한 수련법이 각광을 받게 되자 입소문을 타고 많은 학부모들이 자녀들과 함께 도장을 찾았다”고 말한다.

노 관장의 든든한 지원군은 바로 매니저를 맡고 있는 부인 이순남 씨(45). 17년째 노 관장과 함께 도장을 꾸려온 이씨는 “간호학을 전공하고 병원에서 환자를 돌봐온 경험 때문인지 아이들을 돌보고 학부모들과 상담하는 역할이 나에게 잘 맞았던 것 같다. 더욱이 오랜 시간 도장을 함께 꾸려왔고, 좋을 때 힘들 때를 함께 겪어서인지 도장 경영에는 자신감이 생겼다. 특히 도장의 공간이 항상 비지 않도록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의 생일파티,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의 운동공간으로 대관하는 등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중·고교 수련생 30여명에게 학업의 집중력 강화를 위해 호흡을 이용한 수련법을 지도하고 있는 노 관장은 올해 또 다른 목표를 세우고 있다. 호흡을 이용한 수련법을 중장년과 노인들에게도 보급하는 것이다. 노 관장은 “수련법의 특성상 어린 수련생들뿐 아니라 중장년 및 노인들에게 더욱 잘 맞는 수련법이다. 이익을 쫒기보다 올해에는 도장의 문을 열어놓고 많은 사람들이 몸과 마음이 건강해질 수 있는 공간으로 이곳을 찾을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또 많은 동료 지도자들이 도장운영에 희망을 잃지 않고 힘을 내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양택진 기자>

양택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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