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약물검사 기피로 징계 당했던 박효지
 

박효지 선수

하지만 그 기쁨은 오래 가지 않았다. 그해 12월 전국남녀우수선수선발대회에서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의 도핑테스트에 불응한 탓에 이듬해 3월 세계태권도연맹(WTF)으로부터 ‘2년간 출전정지’라는 중징계를 당한 것이다. 악몽 같은 세월을 견뎌내고 그녀가 실업팀 선수가 되어 다시 코트로 돌아온다.

박효지는 이달 초 인천시청과 3년간의 선수계약도 맺어 내년 시즌에는 학수고대하던 태권도 경기장에 다시 설수 있게 됐다. 지난 22일 올림픽공원의 국민체육공단 체력단련실에서 만난 그녀로부터 그 동안의 심경과 앞으로의 포부를 들어보았다.

-‘2년간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을 때 심정은?
“처음에는 믿기지도 않았다. 경기장에 다시 설 수 없다는 생각이 가슴을 억누르고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눈앞이 깜깜했다. 그러다 곰곰 생각해 보았다. 운동을 계속해야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2년이란 시간을 재충전의 기회로 삼자고 결심했다. 나중에 후회되는 삶을 만들고 싶지 않았기에 길다면 길었던 2년의 시간을 꾸준히 관리하며 재기를 준비해왔다.

지난해 자격정지 초기(당시 한체대 4학년) 다른 친구들이나 후배들이 경기에 나설 때 함께 뛸 수 없었던 나는 매 대회마다 경기장을 쫓아다니며 한 대회 한 경기도 빠지지 않고 관전하며 이미지 트레이닝에 열중했다. ‘저게 나라면 어떻게 뛰어야 할까? 어떤 발차기로 공격을 해야 득점이 나올까’ 연구하면서 경기감각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썼다. 대회가 없을 때도 훈련과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마음이 심약해지고 나태해 질 때면 부모님을 떠올리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 지난 2년 동안의 생활은?
“난 스스로 효녀라고 생각하며 또 그렇게 되려고 노력한다. 그만큼 부모님을 존경하며 사랑한다. 우리 부모님은 나에게 항상 긍정적인 모습만 보여주셨다. 어려울 때도 ‘우리 효지가 이 세상에서 최고’라며 기운을 북돋아 주셨다. 나를 믿고 나밖에 모르는 우리 부모님을 실망시킬 수 없기에 포기도 있을 수 없었다.

올해 3월 졸업 후에도 이승국 교수님과 정광채 교수님 도움으로 학교에 남아서 기숙사 생활을 하며 운동을 계속할 수 있었다. 졸업생인 나에게 후배들은 따뜻하게 대해 주었고 잘 따라주었다. 훈련은 물론 기숙사 생활에서도 잘 따르는 후배들 덕분에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었다. 특히 이승국 교수님은 항상 곁에서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고 최근에는 실업팀에 입단하기 전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 수 있도록 훈련장소를 제공하며 도와주셨다. 무언가를 이루고 성취한 사람만이 그 맛을 안다고 했다. 나는 그 맛을 봤기에 그걸 다시 느끼고 맛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기회가 온다면 꼭 잡을 것이다.”

-인천시청과의 계약 내용은?
“이달 초 인천시청과 3년 계약을 맺었다. 인천정보산업고를 졸업했고 연고지가 인천인 인연도 있지만 나를 믿고 기다리며 3년 계약을 해주신 인천시청 김정규 감독님께 뭔가 보여주고 싶었다. 또 부모님을 자주 찾아뵙고 가까이에 있고 싶었던 마음도 많이 작용한 것 같다. 

실업팀에 들어가서는 잘 나가던 시절의 박효지는 버리고 초심으로 돌아가 한발 한발 나갈 것이다. 매 대회 우승하고 싶은 마음은 항상 굴뚝같겠지만 천천히 큰 목표를 향해 전진하려고 한다.”
-새로운 목표는 무엇인지?
“나만의 목표가 있다. 오는 2014년엔 세계선수권대회와 아시안게임이 열린다. 특히 아시안게임은 내가 자란 인천에서 열리기에 꼭 출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나는 항상 상상한다. 우승을 한 후 어떤 세리모니를 할까 하고. 지난 2009년 세계대회 때도 우승하는 것을 상상했다. 우승하면 어떻게 나를 표현할까? 하며 머리에 그림을 그린 것이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그때 생각해낸 것이 도복에 새겨진 코리아가 크게 새겨지도록 엉덩이를 흔드는 것이었는데 바로 그것이 나의 우승 세리모니가 되었다.

언제나 우승을 상상하며 매 경기마다 최선을 다하는, 활발하면서도 긍정적인 박효지가 될 것이다.”
<심대석 기자>

심대석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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