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대회에서 남자선수와 겨루고 있는 강보라 양.

지난 10월 경북에서 열린 ‘학생체육대회 겸 소년체전 선발 예선대회’ 태권도 종목에 출전한 강보라(성주 중앙초 5학년) 양은 초등부 라이트급에서 우승했지만 경기가 끝나고 일주일 후 상장 대신 어처구니없는 실격 통보를 받았다. 보라 양은 예선대회에서 같은 학년의 남학생들을 모두 RSC로 제압하는 발군의 실력을 보였으나 모두 허사였다. 

경북협회 측은 대회 요강에 이미 남자초등부라고 규정해 두었었기 때문에 입상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협회 한 관계자는 “우리 측의 실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고 대회가 끝난 후 여자선수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교육청 주최 대회고 대회 요강에 따라 자격미달로 실격 처분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대회 당시 경기를 지켜본 사람들에 의하면 심판이며 대회 관계자들 몇몇이 ‘여자아이가 참 대단하다’며 감탄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들은 대회에 여자 초등선수가 출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경기를 진행하는 이들이 대회 요강을 몰랐다는 것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소년체전 태권도 종목의 대회 요강에는 남자초등부라고 명시돼 있어 아예 처음부터 여자 초등부 선수들의 출전을 막아놓고 있다. 출전선수가 많지 않은 여자초등부를 제외한 것이다. 유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때늦게 최근 여자 초등선수들에게도 소년체전 출전 기회를 균등하게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소년체전 기회마저 없어 선수층이 더욱 얇아지고 그나마 열심히 훈련해온 꿈나무들도 훈련의 동기를 잃어 낙오하는 일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대한태권도협회(KTA)는 이와 같은 지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몇 해 전부터 꾸준히 소년체전에 여자초등부도 추가해 줄 것을 대한체육회에 건의하고 있다. 그러나 체육회는 정부 정책 등을 이유로 대회 규모를 늘릴 계획이 없다.

이 같은 상황의 타개책으로 일선에서는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여자 초등부 신설이 어렵다면 현재 11체급씩 편성된 남녀 중등부와 남자초등부의 체급을 조금씩 축소하고 그 만큼 여자초등부 체급을 넣자는 의견도 있다. 초등부 경기에 남녀를 통합하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매년 대회운영개선평가회를 열어 각 종목별로 개선사항을 점검, 타당하다고 인정되면 이듬해 체전에 적용한다. 체육회 한 관계자는 “대한태권도협회(KTA)가 메달 숫자를 늘리지 않는 선에서 부별로 조정한다면 받아들여 질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대한체육회는 내년 소년체전 대회 요강을 확정하기에 앞서 오는 29부터 양일간 대회운영개선평가회를 가질 예정이다. 그러나 KTA는 아직 평가회에 제안 공문을 발송하지 않은 상태다. 양진방 사무총장의 해외 출장으로 아직 내부적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KTA 행정의 난맥상이 일선의 원성을 높이고 어린 꿈나무들을 울리고 있다.
<신병주 기자>

신병주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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