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찬익 관장

한여름 무더위가 절정으로 치닫던 지난 8월. 지하철역에서 내려 집으로 향하던 중 어디선가 들리는 미트 발차기 소리에 발걸음을 멈추었다. 스마트 폰으로 시간을 확인해 보니 이미 자정이 가까웠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태권도장에서 누가 운동을 하고 있나 싶어 소리가 나는 상가 건물로 들어가 보았다. 황찬익 관장(36)과 또 한 사람의 성인 남자가 온몸을 땀으로 범벅한 채 발차기 수련에 열중이었다.

성북구 하월곡동 래미안 아파트 상가에 있는 고려 미래태권도장이 개관한 것은 지난 2008년 1월이다. 20대 중반부터 태권도 사범 생활을 하던 황 관장은 당시 주민들의 입주가 막 시작되던 이곳에 태권도장을 개관했다.

6년여 간의 사범생활을 통해 나름의 다양한 노하우도 있었지만 첫 도장을 개관하면서 특히 황 관장이 주안점을 둔 것은 어린 수련생들의 자신감을 길러주는 것이었다. 황 관장은 “학부모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자녀들에게 자신감이 부족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표현력이라든지 씩씩한 태도라든지 이런 것들을 가장 원하고 있다”고 말한다.

고려 미래태권도장 수련생들은 도장에 오면 가장 먼저 체육관 벽면 한 쪽에 붙은 삼강오륜과 효행칠훈을 큰 목소리로 외운다. 황 관장이나 구동우 사범(28)이 따로 시키지 않아도 어느새 익숙해진 모습니다. 명상에 이어 수련이 시작되어서도 수련생들의 구령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씩씩함이 그대로 묻어난다.

승급심사 진행을 참관한 수련생 부모들은 자녀들의 자신감 넘치는 태도를 지켜보면서 태권도를 통해 자녀들의 습관과 태도가 긍정적으로 변하는 모습을 눈으로 확인하게 된다.

고려 미래태권도장의 또 하나 자랑거리는 탄탄한 품새 실력. 달포에 한 번씩 치러지는 승급심사에서뿐만 아니라 성북구민체육관에서 치러지는 승품ㆍ단 심사에서도 탄탄한 품새 실력을 인정받을 정도다. 황 관장은 “그저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실력”이라고 겸손을 보이지만 인근에서는 품새 잘하는 도장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고려 미래태권도장에서는 모든 품새를 한 번에 지도하지 않는다. 학업에 시달리는 수련생들에게 태권도장의 또 다른 과제는 이만저만한 스트레스가 아니다. 그래서 하나의 품새를 몇 개의 구분된 동작으로 세분화하여 몸으로 익힐 때까지 반복적으로 수련한다. 반복적인 수련을 통해 몸으로 익힌 구분된 동작을 연결하면 하나의 품새가 되는 방식으로 지도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지도하다 보니 어린 수련생들의 집중력도 살릴 수 있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즐거운 수련시간을 만들어 갈 수 있게 됐다.

황 관장은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이면 밤 10시부터 선배 윤상국(38) 씨와 둘 만의 태권도 무아지경에 빠진다. 둘이 늦은 밤 체육관에서 서로 미트를 대주며 태권도 수련을 쌓아온 지도 어느새 2년이 넘었다. 개관 초기에는 성인부도 운영해 봤지만 꾸준히 유지되지 않아 지금은 마음 맞는 선배와 둘이서 스스로를 단련하고 있다. 지난 여름 처음 도장을 찾았을 때 “왜 이 늦은 시간에 수련하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황 관장은 “아이들을 지도하다 보면 정작 내가 하고 싶은 자기 수련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태권도 지도자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나 역시 태권도를 수련을 하는 사람이다. 이렇게 흠뻑 땀을 흘리고 나면 기분도 상쾌해 진다”며 답했었다.

지난해 결혼, 아직 신혼의 단꿈 속에 있을 황 관장은 “앞으로도 지금처럼 아이들과 즐겁게 수련하고 싶다. 평범할지라도 그런 초심을 잃지 않는다면 늘 행복할 것 같다”고 말했다.
<양택진 기자>

양택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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