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호구로 인해 태권도 고유의 기술 발휘가 어렵고 경기의 흥미가 떨어진다는 소리가 적지 않다. 특히 진화된 앞발 밀어차기가 시비를 일으키고 있다. 속도가 없이 밀어서 차는 공격에도 점수가 쉽게 표출되는 일이 잦아지면서 돌려차기 등 종전 태권도 경기에서 주류를 이루던 큰 공격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런 문제는 4회째 전자호구가 사용되어 치러진 올 전국체전에서도 똑같이 나타났다.

대한태권도협회(KTA)는 지난해까지 반자동식(강도만 호구에 의존하고 득점 인정 여부는 심판에게 맡기는 방식)을 고집해 왔으나 판정 의혹에 대한 부담과 세계태권도연맹 방식을 존중한다는 취지로 이전 체전에서는 전자동호구를 사용했다. 초기 반응은 좋았다. 전자호구가 결정하는 부분이 넓어지는 것에 대한 지도자들의 판정 신뢰가 커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때부터 KTA 주최 대회에서 밀기 형태의 공격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번 체전에서는 유난히 앞발 밀어차기가 난무했다. 겉으로 보기에도 힘없어 보이는 밀기 형태의 발차기에 점수가 표출되는 일이 잦아지자 경기의 흥미도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다. 그러나 팀 지도자들은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점수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해 이 기술을 따로 연습시키기까지 한다. 각 시도협회가 국제대회보다 더 비중을 두는 전국체전에서는 당연히 모든 참가팀들이 승패에 집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밀어차기가 점수로 인정될 때마다 경기를 보는 태권도인들은 ‘발바닥 센서를 빼야 저런 밀어차기를 막을 수 있다. 뒤차기는 심판이 판단하면 된다. 옆차기도 아닌 변칙적인 앞발 밀어차기에 대해 경고조항을 만들어야 한다’는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단순하게 기계나 제도를 한두 가지 바꾸어서 해결할 문제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앞발 밀어차기를 태권도 기술로 인정할 것인지, 또 이 공격이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활성화될 경우 태권도 경기가 어떻게 변화될 것인지 등을 먼저 제도권에서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 밀어차기 공격에 대한 의견은 제각각이다. 크게는 두 가지로‘겨루기의 흥미를 떨어뜨리는 요소’라는 주장이 있는 반면 ‘엄연한 태권도 기술이니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또 이와 같은 시비와 고민 이전에 전자호구 기계 자체가 가진 크고 작은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하는 경기단체와 전자호구 제조업체의 의지도 꼭 필요하다. 밀어차기 문제가 경기 기술적으로 해결된다 하더라도 전자호구가 태권도 고유의 경기 기술 발휘를 방해하지 않고 향상시킬 수 있도록 업체는 더 완벽한 호구 개발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할 의무를 가지고 있다.
<신병주 기자>

신병주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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