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재영 관장

‘세계 챔피언’ 관장이 지도하는 태권도장은 어떤 모습일까? 지난 7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제6회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엄재영(42) 관장이 운영하는 청지회대망태권도장을 찾았다.

오후 4시경 도장에는 사범 두 명과 엄 관장이 수련생 지도에 열중하고 있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관장의 수업이라 그런지 저학년 꼬마 수련생들이지만 표정이 진지하다. 막 시작된 수업에서 엄 관장이 직접 준비 운동을 실시해 보이며 함께 땀을 흘리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28세에 처음 도장을 개관한 엄 관장은 태권도뿐만 아니라 다른 운동에도 관심이 많고 소질도 보였다. 과거 TV 프로 MBC 기인열전과 SBS 스타킹에 출연해 격파 시범을 보일 정도로 격파 실력도 뛰어난 사람이다. 

그런 그가 본격적으로 태권도 품새 수련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5년부터. “태권도 동작의 실기와 이론에 대한 체계적인 공부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야 제자들에게도 모든 동작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체계적인 학습과 수련을 시작하면서 품새 실력도 높아졌고 6년이 지난 올해 국가대표로 선발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까지 따냈다. 항상 수련생 지도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그는 지도에 우선 충실해야 했기 때문에 매일 4시간 정도로 잠자는 시간을 줄여야 했다. 그렿게 짜낸 시간에 집중훈련을 했고, 그 대가로 챔피언 타이틀을 얻게 된 것이다. 

2009년 대한태권도협회 주최 도장경진대회에서는 대상을 수상했었다. 당시 그가 발표했던 손기술 지도법은 많은 도장 지도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엄 관장은 “권투의 훅이나 어퍼컷과 흡사한 동작이 모두 태권도에 있습니다. 돌려지르기, 치지르기가 그것입니다. 이런 동작을 익히는 수련은 특히 청소년과 성인들에게도 유용합니다”라며 태권도의 무한한 가능성을 강조했다. 호신술이나 실전 무술 모두 태권도장에서 교육이 충분하다는 것이었다. 

손기술을 지도하고 있는 엄재영 관장

손기술 지도법은 지금 이 도장에서 적용되고 있는 교육방법 중 하나일뿐이다. 태극 1장부터 일여까지 모든 품새 동작을 연구하고 여기서 응용한 동작들을 실제 교육 프로그램에 적용한다. 태권도만큼은 어떤 도장보다 제대로 가르치고 잘 배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태권도장들이 가장 중시하는 것 중 하나인 인성교육은 어떻게 할까 궁금했다. 무엇이든 태권도를 통해 가르치는 이 도장에서는 인성교육도 태권도 교육으로 자연스럽게 습득하도록 한다고 말한다.

“태권도는 격투기입니다. 인성이 없으면 상당히 위험하죠. 그렇지만 어린 아이들에게 일시적인 효과를 주는 인성교육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태권도를 제대로 가르치면 수련 과정에서 인내하고 배려하는 마음과 상대방에 대한 예절이 저절로 생깁니다.” 인성 교육 방법도 엄 관장과 도장 특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최근 다수의 도장에서 타 무술 도장이나 스포츠학원에 수련생을 빼앗긴다고 말한다. 태권도장에서도 이에 대응해 벌써 타 무술을 접목시켜 교육하는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고 심지어 합기도나 검도를 함께 가르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태권도의 다양한 기술과 그 위대함을 잘 알고 가르치고 있는 엄 관장의 청지회대망태권도장에서는 태권도를 통해 모든 것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그 교육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해 보인다.
<신병주 기자>

신병주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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