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단심사 문제로 수년째 갈등을 빚어온 서울시협회와 지방 시도협회의가 결국 무력시위에 나서겠다며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전무이사협의회(회장 오승철)는 내년 1월부터 현재 서울시협회만 심사에 사용하고 있는 국기원 체육관을 각 시도협회가 대관하여 심사를 집행하겠다는 강수를 선택했다. 이에 서울시협회도 올해 하반기부터 아예 지방 시도로 내려가 해당 지역의 응심자들을 대상으로 심사를 집행하겠다고 맞불을 놓았다.

태권도 승단심사의 질서가 여지없이 깨어지고 있지만 심사권을 가진 국기원도, 시도협회의 충돌을 조정해야할 대한태권도협회(KTA)도 맥을 놓고 앉아 있다.

시도협회 간 논란의 핵심은 지도자 실명제. 전무이사협의회는 미등록 도장이 서울로 올라가 심사를 보는 것까지야 막지 않겠지만, 국기원에서 발급하는 품ㆍ단증에 관장 이름을 명시하여 단증 발급의 질서를 잡아야 한다며 지도자 실명제를 밀어붙였다. 이에 반해 서울시는 공정거래법 등을 위반해 가면서 담합으로 비춰질 수 있는 지도자 실명제가 포함된 심사권재위임계약서에는 사인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각각의 주장이 단증 질서확립과 공정거래라는 나름의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은 ‘단증 을 팔아 버는 돈 싸움’. 그 와중에 태권도 단증의 권위는 바닥에 내팽개쳐지고, 각 시도협회  사이에는 심사장에 나오는 수련생 한 명당 얼마씩이라는 이해타산만이 팽배해 있다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

여기에 시도협회의 민감한 사안을 조정해 내지 못하는 KTA의 한심한 조정능력에 대한 비판과 함께 단증 발급을 주 사업으로 하는 국기원의 수수방관 역시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국기원은 심사권을 KTA에 위임했기 때문에 문제 해결도 KTA가 알아서 해야 할 일이라는 궁색한 변명으로 책임을 회피해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기원이 KTA에 위임한 심사권을 회수해 단증 질서를 바로잡고 단증의 권위를 세우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해외 등록도장 사업과 관련해 국기원은 스스로 반드시 국가협회와 MOU를 체결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기단체인 각 국가협회와 일정한 선을 긋고 무도 태권도 활성화를 위한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에 매진하겠다는 계획과도 일맥상통하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국기원은 무도 태권도의 상징인 단증의 권위와 질서가 종주국에서부터 추락하는 것에 대해서도 분명 책임을 느껴야 한다. “KTA에 위임한 사항이라서”, “각 시도협회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서”, “국기원이 힘이 없어서” 라는 비겁한 핑계 뒤에 숨어 돈만 챙길 일이 아니다.

정의 없는 힘은 폭력이고, 힘없는 정의는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 격화되고 있는 심사권 갈등에 누가 나서야 할지 자명하다. KTA가 시도협회의 심사권 갈등을 조정할 능력이 없다면 국기원이 나서서 심사권을 회수하고 심사 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
<양택진 기자>

양택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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