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태권도연맹(WTF) 예금 자산 40억 원이 가압류됐다.

전자호구 제작업체인 라저스트는 세계태권도연맹(WTF)을 상대로 계약위반과 손해배상 등을 이유로 지난 14일 WTF의 하나은행 계좌 35억 원과 국기원에서 매년 WTF에 지원하는 5억 원 등 예금 자산 총 40억 원에 대해 가압류를 신청, 법원의 승인을 받아냈다.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민사31단독 이계정 판사는 지난달 25일 라저스트가 WTF를 상대로 낸 예금자산 가압류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라저스트의 신청이 이유 있으므로 WTF 명의의 하나은행 계좌 예금 35억 및 국기원 지원금 5억 원을 가압류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WTF는 가압류 결정이 취소되기 전까지는 하나은행 계좌의 돈을 임의로 사용할 수 없게 됐다. 국제경기단체로서는 보기 드문 굴욕적인 사태다.

라저스트 김종대 사장은 “수도 없이 협상을 시도했지만 무시했다. 총재를 만나려고 해도 차단  당했다. 힘없는 자가 할 수 있는 것은 법에 호소하는 것 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며 가압류 신청 배경을 설명했다.

법원이 가압류를 인정한 하나은행 계좌에 예금금액을 알 수 없지만 WTF의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초래될 것으로 예상된다. WTF는 이 결정에 불복할 경우 가압류 이의나 취소 신청을 법원에 제기할 수 있다.

WTF가 아무런 대책도 없이 계약을 위반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도 않을 전망이다. 이미 라저스트가 조정원 총재와 양진석 사무총장을 검찰에 형사고발을 한 상태. 김종대 사장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마쳤기 때문에 빠르면 다음 주 중 조 총재와 양 총장이 차례로 검찰에 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라저스트 측은 검찰 조사에서 WTF가 의도적으로 타사 전자호구를 사용하기 위해 꾸민 여러 가지 시도의 증거들이 드러날 것으로 확신하고 있는 분위기다. 라저스트 측은 “내년 5월 3일부터 열릴 예정이던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가 9월로 연기됐다. 내년 5월까지로 계약된 라저스트를 사용하지 않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번 송사는 지고 이기는 것을 넘어 총재의 진퇴 문제에 연결될 수도 있다. WTF 예금 자산이 가압류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 조 총재를 비롯한 임원들의 자질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비판의 수위도 갈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다.

WTF 수뇌부의 무성의하고 치밀하지 못한 일 처리가 태권도를 전 세계에 조롱거리로 만들고 있다.
<김창완 기자>
 

김창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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