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원이 지난달 11일 열린 고단자 승단심사에서 논술제출 일정을 넘긴 응시자들도 합격으로 판정, 단증을 발급해 부정단증 논란에 휩싸였다. 부정단증 발급사실이 알려지자 태권도계 인사들로부터 “국기원 단증 받는 게 그리 어렵지 않다” “규정은 왜 만드는 거야” 등등 적잖은 비판들이 쏟아졌다.

더욱 한심한 일은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데도 국기원이 공식적인 사과는커녕 담당자를 경고조치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고, 내부 발설자 찾기에만 급급하다는 것. 사정이 이러니 국기원이 세계태권도본부로서의 권위와 자질이 없다는 비판을 받게 되는 것이다.

고단자 승단심사 공고에는 ‘논술 접수기간까지 미제출 시에는 실격처리하며, 추후 접수 불가’라는 단서조항이 명시돼 있었다. 그렇다면 이 단서조항에 해당하는 응시자들을 실격처리 하는 것이 상식이고 순리다. 그런데 이번 사태를 어떻게 처리하겠다는 방안은 내놓지 않고 있다.
 
국기원은 그 어떤 태권도 단체보다도 단증에 대한 권위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그런데 어처구니없게도 내부에서 버젓이 부정단증이 발급됐는데도 별 문제가 아닌 것처럼 어물쩍 넘기려 하고 있다. 지금처럼 그냥 은근슬쩍 넘기려는 모양은 세계태권도본부라고 자임하는 국기원이 취해야 할 태도가 아니다.

이번 부정단증 발급 문제로 인해 여러 가지 예상치 못한 일들이 발생할 수도 있다. 만약 이번 문제가 바로잡히지 않고 그냥 넘어갈 경우 다음에 실시되는 고단자 승단심사에서도 응시자들이 논술제출 일정을 지키지 않는 일이 허다해질 것이다. 또 다른 규정을 지키지 않고 이번 문제를 들먹이며 합격을 요구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국기원 상근 임원들은 이런 문제에 대한 대책은 외면하고 발설자를 찾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 국기원 직원이 논술제출 마감시간을 넘긴 응시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했으니 자연스럽게 소문이 날 수밖에 없다.

부정단증 발급 사태가 은밀히 감춰질 것이라는 국기원의 사고방식이 더 큰 문제다. 국기원은 비밀을 간직해야 하는 곳이 아니라 태권도인들을 위한 행정을 하는 곳이다. 태권도인들을 위한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일을 했다면 무슨 소문이 난들 문제될 게 없다.

강원식 원장은 과거 김운용, 엄운규 전 원장이 태권도계의 암적 존재라며 엄청난 비판을 가해왔다. 국기원에 크고 작은 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이들은 항상 강 원장의 비판의 대상이었다. 그랬던 강 원장이기에 국기원을 변화시킬 적임자라는 기대가 전혀 없었던 것이 아니다.
 
그런데 강 원장 스스로가 그토록 강하게 비판했던 전임 원장들에 비해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번 부정단증 발급 사태의 처리를 보면 종전 날카로운 비판을 보이던 당시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과거 태권도계 지도층 인사들에게 “태권도를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삼고 있다”며 가했던 비판도 이젠 거꾸로 자신의 공명심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비판을 받게 된 것이다.

물론 강 원장에 대한 공식 평가는 퇴임 이후에 이뤄질 것이다. 과연 강 원장이 그토록 비판했던 전님 원장들과 비교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지금 이대로라면 어려워 보인다.
<김창완 기자>

김창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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