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1일 치러진 고단자 심사 공고문에는 접수기간까지 논술을 미제출 시에는 실격처리하며, 추후접수 불가라고 명시되어 있다.

국기원이 지난달 11일 실시한 고단자 심사에서 논문 제출 기한을 넘긴 국기원 모 과장을 비롯한 8명의 응시자를 합격시킨 후 단증을 발급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사건으로 국기원은 부정 단증 발급의 온상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됐다.

고단자(6단~9단) 승단심사는 국기원에서 실시하며, 6~7단은 논술과 품새(지정, 필수), 겨루기, 격파로 심사를 치르며, 8~9단은 나이를 고려해 겨루기와 격파를 제외하는 대신 면접심사를 본 뒤 합격 여부를 결정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논술은 심사당일 제출했다. 그러나 평가위원들은 당일 제출한 논문을 일일이 읽어보기도 벅차고 제대로 평가하기가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아 국기원은 심사일 전 주 화요일에 논술을 제출하는 것으로 내부규정을 정했다.
 
지난달 11일 실시한 고단자 승단심사 공고에서도 내부방침에 따라 논술제출 마감일을 5월31일까지로 정하고, 접수기간까지 미제출 시에는 실격처리하며, 추후 접수가 불가하다는 단서조항도 달았다.

그런데 국기원은 31일까지 논술을 제출하지 않은 응시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해 다음날까지 제출해도 된다고 제출마감을 하루 더 연장했다. 이유는 이번 고단자 승단심사에 응시한 국기원 모 과장이 마감일에 논술을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

이번 사건은 심사운영팀장이 자기 식구를 구제해주기 위해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심사운영팀장은 마치 국기원이 정해놓은 내부규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원장과 부원장을 무시하고 자기 마음대로 논술 제출 시한을 연장한 것이다. 논술을 늦게 제출해 이번 사태를 야기한 해당 과장도 문제다.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직책에 있는 사람으로서 스스로 고단자 승단심사 응시를 포기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단증을 엄격하게 관리해야 할 국기원에서 이러한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자 태권도계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국기원의 부정 단증 발급 사례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태권도계 스스로 국기원을 개혁할 능력이 없다고 판단, 정부의 힘을 얻어 법정법인으로 전환시키는데 찬성했던 인사들이 국기원에 입성했지만 도덕불감증은 전혀 나아진 게 없다.
 
더 큰 문제는 국기원이 이번 사태를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서인지 변명만 늘어놓으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이와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국기원은 해당 직원의 직책을 박탈했던 사례가 있다. 만약 이번 사건 해당자들에 대해 국기원이 솜방망이 징계로 그칠 경우 똑같은 사고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또 국기원은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단증박탈은 물론 이번 부정단증 발급에 가담한 직원들을 중징계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다.

강원식 원장 또한 국기원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단증 관리를 소홀히 한 데 대해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김창완 기자>

김창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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