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저스트 김종대 부사장이 지난 5월 27일 리베라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도 전자호구 사용중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WTF 조정원 총재를 대상으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하겠다고 밝혔다.

법원의 판결에 따라 약 3억 3천만원에 달하는 벌금을 감수하면서까지 대도 전자호구의 사용을 강행할 수 없었던 WTF는 다급하게 각 국가협회에 공문을 보내 일단 일반호구로 바꾸어 대회를 치른다는 방침을 전하기는 했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각국 선수단의 혼란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중동에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는 한 코치는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도리 없이 일반호구에 맞춰 단 하루라도 더 훈련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대도 전자호구를 10조 이상 사놓았는데 대륙선발전은 또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세계선발전은 마침 바르셀로나에서 바쿠로 향하는 대도 측 직원 3명이 출발 4시간 전에 부랴부랴 일반호구를 챙겨 공수하여 치르기는 했지만 갑작스런 호구 변경으로 런던 올림픽을 위한 심판교육에서부터 향후 대륙선발전, 그리고 최종적으로 올림픽 본선까지 그 어느 것 하나 확실한 것이 없는 상황이다.

소송을 제기한 라저스트 측은 법원 판결과 IOC 헌장을 내세우며 WTF가 계약을 위반하고 장비 선택의 책임을 스위스타이밍에 돌리고 있다고 비난하고, WTF 측은 바쿠 현지 취재진을 상대로 라저스트가 6월 20일자로 IOC 스포츠부에 질의한 내용에 대한 답변서와 IOC 기술안내서를 근거로 장비의 결정 권한은 스위스타이밍에 있는 것이라며 라저스트 측 주장을 반박했다.

이에 라저스트는 다시 WTF가 IOC 기술안내서를 왜곡하고 있다며 1일자로 WTF의 조정원 총재와 양진석 사무총장을 상대로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로 서울지방검찰청에 고소를 제기했다.

이같은 양측의 공방이 오가는 가운데 당장 9월 오세아니아를 시작으로 치러질 대륙선발전과 런던 올림픽에서 사용될 전자호구에 대해서는 어떤 답안도 예상할 수 없게 됐다. 양 총장은 “세계선발전에서는 일반호구를 사용했지만 앞으로 대륙선발전은 물론 올림픽 본선에서는 계획대로 전자호구로 치르도록 모든 노력을 하겠다”며 대도 전자호구 사용을 시사하고 있지만 라저스트는 향후 치러질 대회에서도 이 같은 WTF 의도를 저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어 결론은 쉽사리 나지 않을 전망이다.

연맹과 업체의 진흙탕 싸움에서 반성은 없이 상호 비난 속에 자기 얼굴에 침을 뱉는 발언까지 나오고 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WTF　관계자는 “각국협회에서 라저스트 전자호구의 기술적 결함에 대한 지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줄곧 라저스트를 사용해 왔던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림픽에서 선택되지 못했다고 물불 가리지 않고 벌이고 있는 행위는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WTF는 런던 올림픽 이후 태권도가 올림픽의 주 종목으로 잔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전자호구의 사용은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그런데 기술적 결함을 알고도 적극적인 개선 보완 노력을 기울이지 않다가 이제 와서 엉뚱한 소리를 하는 WTF에 대해 태권도인들은 자사 제품에 대한 변명으로만 일관하다 손해를 보게 되자 덤벼드는 라저스트나 오십보백보라고 비웃고 있다.
<양택진 기자> 

양택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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