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국제대회 성적부진에서 탈피하기 위해 대한태권도협회(KTA)는 전임코치제도를 도입, 김세혁 전 삼성에스원 감독을 전임코치(총감독)로 선임했다. 그러나 전임코치제도가 정착되지 못한 탓인지 김 감독의 역할은 현재까지도 애매하다.

지난달 경주 세계선수권대회에 대비해 국가대표선수들과 코칭스태프와 함께 4월 태릉선수촌에 입촌한 김 감독은 할 일이 거의 없었다. 전임코치와 세계선수권대회 코치를 각각 따로 선임했기 때문이다. 김 감독으로서는 훈련기간 내내 선수들을 직접 지도할 경우도 거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코칭스태프들 간에 서로 눈치를 보며 어색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세계선수권대회 기간에도 그에게는 세컨드는 물론 아무런 역할도 주어지지 않았다.

도대체 KTA가 왜 전임코치를 두고 있는지, 지도자들의 입막음으로 선임한 것인지, 전임코치제의 의미 자체를 모르는 것인지, 한심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지금 태릉선수촌에서는 오는 30일부터 바쿠에서 열릴 런던 올림픽 세계선발전에 출전할 4명의 대표선수와 이들을 지도할 소속팀 코치 4명이 훈련하고 있다. 역시 김 감독의 역할은 애매하다. 세계선발전에서도 여지없이 세컨드에서는 제외된다. 이러다보니 훈련모습을 지켜볼 뿐 선수들을 직접 지도한다는 생각은 아예 접었다.

더 큰 문제는 세계선발전이 끝난 이후다. KTA는 오는 8월 안에 내년 런던 올림픽에 출전할 국내선발전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그럴 경우 올림픽까지는 딱 1년의 기간이 남는다. 최근 양진방 사무총장은 “체급은 협회가 결정하는 것이 맞고, 코치 선임권은 김 감독에게 부여할 방침”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틀린 판단이 아닌 듯하다.

하지만 김 감독에게 코치 선임권을 부여할 경우 그들의 역할도 어디까지인지 명확하지 않다. 런던 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선수들 훈련은 물론 올림픽 경기 세컨드 등 모든 권한을 위임해 성적에 따라 상벌을 내릴 것인지, 아니면 이들에게 훈련코치 정도의 역할만 부여하고 올림픽을 일정 기간 앞두고 다시 대표선수의 소속팀 코치로 교체할 것인지를 미리 결정해야 한다. 그래야만 올림픽이 끝난 이후의 후유증을 그나마 줄일 수 있다.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과 국제 경쟁력 제고를 위해 도입한 전임코치제도. KTA의 원칙 없는 운영과 결단력 부족으로 전혀 효율성을 높이지 못하고 있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대회와 같이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하는 국제대회에서 대표선수는 국가를 대표해 출전하는 것이지, 일개 팀을 대표해 출전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해야만 전임코치제도가 정착될 수 있다.

각팀 지도자들이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그토록 외치던 전임코치제도가 이제 그들에 의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김창완 기자>

김창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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