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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권 교수 | ||
초창기 스포츠경기에서의 모습을 보면 웃지못할 장면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1896년 제 1회 그리스 아테네 올림픽에서 실시된 수영종목에서는 작은 증기선을 타고서 경기할 적당한 거리만큼 바다로 나가 아직도 차가운 지중해의 바다로 뛰어들어 어떤 영법(泳法)으로든 해변까지 빨리 가면 되는 것이었다. 지금의 수영경기가 실시되는 현대화된 실내 수영장에서의 경기모습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고도 남음이 있다.
초창기 태권도 겨루기의 모습도 이와 크게 다르다고 볼 수 없다. 1950년대 사진으로 남겨진 태권도 겨루기 장면과 당시 경기와 관련되었던 임원, 선수들의 증언을 정리해보면, 검도 경기에서 사용되었던 호구와 야구 경기에서 캐처가 쓰던 안면보호대, 그리고 가죽장갑 등이 사용되었으며, 발차기와 주먹공격은 물론 손날과 손날등을 이용하여 안면의 타격이 허용되었고, 전주 지도관을 중심으로는 내치기 또는 메치기라고 불렸던, 손과 발로 상대방을 걸어 넘기는 기술들이 사용되었던 흔적들을 찾아볼 수 있다.
태권도가 호신무도에서 스포츠종목으로 발전하게 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된 것은 태권도의 기술을 어떻게 계량화하여 수치로 나타내는가, 또 경기 과정을 통하여 태권도 기술이 어떻게 적극적으로 발휘될 수 있는가의 두 가지에 대한 문제로 보여 진다. 이러한 두 가지의 문제점은 단지 태권도 경기뿐 아니라 모든 스포츠 경기에서 당연히 해결되어야 할 과제로서, 대부분의 경기에서는 이와 같은 문제를 바탕으로 경기규칙을 만들고, 끊임없는 실험과 연구를 통하여 발전시켜 나간다.
계량화에 관한 문제는 판정과 더욱 관계가 깊을 것으로 보여지고, 기술의 발휘는 각 종목들의 기술 발전과 함께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모든 스포츠 종목에서 이 두 가지를 모두 포함하면서도 절대적으로 배제할 수 없는 요소가 하나 있다. 그것은 관중이다. 즉 관중의 눈높이 이다. 관중과 눈높이를 맞추려는 노력으로 농구의 3점슛이 생겨났으며, 유도 도복의 색깔이 바뀌고, 양궁 경기규칙이 바뀌었으며, 빙상에서는 숏 트랙이라는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생겨났다.
태권도경기에서 전자호구를 사용하게 된 것은 혹자들의 말처럼 ‘올림픽종목으로 살아남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발 펜싱’, ‘세계 발 밀기대회’라는 비아냥을 들으면서까지 우리의 태권도 경기를 저대로 두어야 할 것인가?
태권도 경기의 묘미는 강력한 타격을 바탕으로 하여 몸통과 얼굴을 넘나드는 다이내믹하고 박진감 넘치는 발차기, 화려하면서 예술성 넘치는 발차기의 표현이 아닐까? 그래서 예전에 몸통 보호대를 정타로 찼을 때 나는 큰소리를 ‘대포소리’라고 하지 않았을까? 나는 다시 듣고 싶다. 아니 보고 싶다. 그때 그 ‘대포소리’를 만들어 내던 강력하고 힘찬 발차기를.
장권 교수(한국체대 태권도학과)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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