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쁜 숨을 내쉬며 경기장을 빠져나온 안새봄은 “경기 전 벽을 향해 기도를 하곤 했어요. 올해 초 돌아가신 할머니가 항상 저를 위해 기도해 주셨거든요. 할머니 생각을 하면서 마음을 다잡곤 했어요” 하고 말했다. 왼쪽 손가락에는 할머니가 물려주신 금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경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안새봄은 여자 +73kg급 준결승에서 세계랭킹 1위 스페인의 로사나 사이몬(스페인)에게 8대 0으로 이기고 결승에 올라 금메달 꿈에 부풀었지만 프랑스의 그라뻬 앤 캐롤라인에게 3회전 종료 10초를 남기고 주먹공격을 허용해 1대 0으로 지면서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안새봄은 “세계대회에는 처음 출전하다 보니 많이 긴장했던 것 같다. 이상하게 부담이 생기고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 상대선수들에게 말린 것 같다. 이젠 지난 일이니 모두 털어 버리고 올림픽에 매진하겠다”고 말한다. 세계대회 이후 강화에 있는 집에 한 번도 다녀오지 못했다.

안새봄의 장점은 발차기의 파워와 상대를 코너에 몰아넣고 펼치는 연속공격. 기자가 미트를 몸에 대고 발차기를 해보라고 부탁하자 걱정스럽다는 눈빛으로 꽂아넣는 앞 돌려차기에 머리가 울릴 정도였다. 신장과 근력이 좋지만 지구력과 마인드컨트롤에 약하다고.

평가전에서도 초반 오혜리에게 실점하자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모습이었으나 패자전에서 올라와 집중력을 보이기 시작, 투지를 불태우며 연달아 오혜리를 꺾어 바쿠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삼성에스원 오일남 감독은 “전자호구에 대한 적응, 후반 체력 저하, 마인드 컨트롤이 과제다. 이를 보완하면 올림픽 여자 중량급 첫 금메달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를 내비쳤다.

안새봄 역시 “여자 중량급의 올림픽 출전이 다시는 오지 않을 기회일 수도 있다. 바보처럼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 세계대회 은메달을 보약 삼아 반드시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며 결의를 밝혔다.
<양택진 기자>

양택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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