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성심병원 소화기병센터 김경호 교수

무더위 갈증을 해소하고자 시원한 음료수를 마신 후, 혹은 더위를 날리고자 배를 차게 하고 잠을 잔 후 갑자기 배가 끓고 아프면서 화장실로 달려가야 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또 직장 일이나 학업으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기름진 음식을 먹고 나면 복통, 설사를 경험하시나요? 화장실에서 볼일을 시원하게 보고 나오다가 다시 뒤가 마려워 화장실에 들어간 적이 있나요? 그렇다면 당신은 과민성 대장증후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 과민성 대장증후군의 증상과 특징

과민성 대장증후군은 배변습관 혹은 변의 변화와 함께 복통, 복부 불편감 등의 증상을 특징으로 하는 만성 기능성 장질환입니다. 다만, 위와 같은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 다른 기질적 질환들, 즉, 염증, 감염, 종양, 기타 구조적 이상들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진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이 질환은 위장관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에서 흔하게 진단되며 적지 않은 의료비와 사회경제적 비용 부담을 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소화기내과 환자의 30% 정도가 앓고 있을 정도로 흔한 질병입니다. 흔히 설사를 많이 하는 병으로 알려져 있지만, 변비가 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고 설사와 변비가 교대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남자보다 여자에서 더 흔하며 대부분 어릴 때부터 증상을 보이면서 완화와 악화를 반복하지만, 어른이 되어 시작되기도 하며 특히 급성 장염을 한 번 앓고 난 후부터 정상 장기능을 회복하지 못하고 과민성 대장증후군의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 과민성 대장증후군의 원인과 진단

과민성 대장증후군의 유병률은 인종, 지역, 진단기준 등에 따라 다양한데, 서구에서는 대략 전 인구의 10-20%가 과민성 장 증후군에 합당한 증상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고, 우리나라의 경우도 10% 내외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병원을 찾는 경우는 일부이기 때문에 정확한 유병률은 아직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과민성 대장증후군의 원인은 아직 잘 모르나 소화관 운동이상, 내장 과민성, 정신사회적 장애, 자율신경계통의 이상 및 호르몬의 변화, 유전 및 환경적 요인, 소장세균과다증식증 등의 다양한 요인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앞서 기술했듯이 과민성 대장증후군의 진단은 임상 증상을 토대로 이루어집니다. 2006년 발표된 로마 III 진단 기준에 의하면 지난 3개월간 한 달에 세 번 이상, 다음 세 가지 증상 중 두 가지 이상이 있을 경우에 해당합니다.

- 복통이나 불쾌감이 배변 후에 호전된다.
- 복통이나 불쾌감과 동반해 배변 횟수가 변한다.(하루 네 번 이상 또는 4일에 한 번 이하)
- 복통이나 불쾌감이 있으면서 대변의 형태(굳기)가 변한다. (너무 무르거나 딱딱해짐)

그러나 이 기준은 임상 연구 등에서 객관적인 환자의 등록 등을 위해 이용되는 것이고, 실제 임상 진료에서는 이 기준에 꼭 부합하지 않는 경우에도 진단을 내리고 치료를 하고 있습니다.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유사한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 다른 기질적 원인이 배제된 상태에서 과민성 대장증후군으로 진단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위의 증상과 함께 체중이 줄거나, 대변에 피가 섞여 나오거나, 밤에 자는 도중에도 복통이나 설사 때문에 잠에서 깬다면 소화기 전문의를 찾아 검사를 받아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강동성심병원 소화기병센터 김경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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