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리베라호텔에서 라저스트 김종대 부사장이 WTF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제 협상, 아니면 판결만 남았다. 전자호구업체 라저스트가 세계태권도연맹(WTF)을 상대로 법적 소송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라저스트는 지난달 27일 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12년 런던 올림픽에 대도 전자호구 사용중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WTF 조정원 총재를 대상으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하겠다고 밝혔다.
 
라저스트사가 법적소송을 제기하려는 이유는 WTF 주최 및 주관, 승인대회에서 라저스트를 사용하거나 추천한다는 계약을 위반하고, 오는 7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리는 올림픽 세계예선전과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대도 전자호구를 사용하기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내년 런던 올림픽의 선택받지는 못했지만 라저스트가 WTF를 자극하면서까지 소송을 왜하려는 것일까.

● WTF 마음을 돌려세우겠다?
라저스트는 소송을 통해 WTF의 마음을 돌릴 수 있다는 일말의 희망을 갖고 있는 듯하다. WTF 주최 및 주관, 승인대회 때마다 타사 제품이 거론되면 라저스트는 여지없이 WTF에 내용증명을 보내 등 제소 의지를 보였다. 그럴 때마다 결국 WTF는 대회조직위원회에 라저스트 전자호구를 사용해줄 것을 설득했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다르다. 이미 각 국가협회에 바쿠 세계예선전과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대도 전자호구를 사용한다는 공문이 발송된 상태다. 대한태권도협회(KTA)도 대도 전자호구를 사용해 국내선발전을 치렀다.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다. 만약 WTF가 번복할 경우 국제연맹으로서의 신뢰는 땅에 떨어지고 현 집행부 퇴진 사태를 부를 수도 있다.   

● 소송 제기의 배경은?
라저스트의 제소는 곧 WTF와 결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라저스트 전자호구에 대한 WTF 공인은 내년 5월로 끝난다. 만약 WTF가 이번 결정으로 제소당하면 내년 라저스트의 공인 재신청을 쉽게 받아줄 리 없다. 그렇게 되면 라저스트의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그렇다고 승소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그런 위험에도 불구하고 라저스트는 소송을 감행하려 하고 있다.

제소 이유에는 내년 올림픽에서는 타사 제품에 밀렸지만 계약위반을 명분으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공인을 다시 받아내는데 유리한 입장으로 이끌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듯하다. 따라서 이번 건으로 엄청난 액수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라저스트 김종대 부사장은 전자호구 개발에 든 비용이 250억 원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로서는 특히 올림픽에 사용될 것으로 확신하고 투자한 주주들과 지사 및 총판 관계자자들을 진정시킬 필요도 없지 않다. 김 부사장은 승소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WTF 또한 라저스트의 제소를 예상했던 만큼 대응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중요한 것은 어느 회사보다 먼저 전자호구 개발에 앞서 WTF 공인을 받고 5년 간 독점계약까지 체결했던 라저스트가 버림을 받았다는 점이다. 새로이 선택받은 대도 역시 전자호구의 개선, 개량을 소홀히 해서 태권도인들의 호응을 잃을 경우 라저스트의 전철을 밟을 수 있음을 교훈으로 새겨야 할 것이다.
<김창완 기자>

김창완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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