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두 관장

남양주시 진접읍 내각리에서 용인대 풍양태권도장을 운영하고 있는 김동두 관장(53)은 널리 알려진 격파왕이다. 1995년 세계태권도한마당에서 손날과 주먹부문 통합 격파왕을 차지했고, 2007년과 2009년에도 손날격파부문에서 대리석 8장을 산산조각내며 우승을 차지한 말 그대로 격파왕. 도장탐방을 위해 찾았을 때 그의 첫 인상은 묵묵히 땅을 일구는 순박한 농군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무덕관 출신으로 경북 김천 김경하 관장(75) 문하에서 태권도를 수련하다가 1984년 서울로 올라와  27년간 태권도 지도자로 살아왔다. 현재의 풍양도장에 자리를 잡은 것은 2009년. 서울 영등포와 일산, 수지 등지에서 도장을 운영했던 김 관장은 “나지막한 산세와 풍경이 격파 수련과 더불어 도장을 운영하기에 적합했다”며 이곳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더욱이 올해 남양주시에서 세계태권도한마당이 열리게 된다. 김 관장은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부 제자들을 훈련시키고, 또 자신도 손날격파 부문에서 4번째 우승에 도전하는 만큼 각오가 남다르다고 말한다.

적지 않은 나이지만 사범 없이 혼자서 도장을 운영하는 김 관장은 다른 도장의 관장들과는 달리 하루의 시작이 무척 이르다. 인근 풍양초등학교로 수련생들을 도장 차량으로 등교시키는 일 때문이다. 근처에 초등학교가 하나밖에 없어서 꽤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수련생들에 대한 배려의 뜻도 있고, 더욱이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모호하고 갓길에 주차되어 있는 차도 많은 탓에 늘 사고 위험이 높아 수련생들의 안전을 위해 스스로 선택한 일이다. 학부모들의 불안을 덜어주는 것도 보람된 일이다. 당초 20명 남짓한 수련생으로 도장을 인수한 김 관장은 덕분에 학부모들의 신뢰를 얻어 짧은 기간에 도장 운영의 안정을 이루어냈다.

풍양태권도장에서는 꼼꼼한 품새 수련과 함께 골반 스트레칭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승품심사를 위한 품새 수련만으로 나오는 모습이 마뜩치 않은 데다가, 기본적인 골반 유연성 없는 발차기 수련은 눈 가리고 아옹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시간은 조금 더 걸려도 1장부터 8장까지 꼼꼼히 동작을 지도하고, 골반의 유연성을 길러 성장기 수련생들의 신체 발달과 함께 발차기의 기본을 확실히 잡아주겠다는 것이다.

체계적인 줄넘기 수련의 병행도 수련생들과 학부모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최근 각 초등학교에서 줄넘기를 수행평가 과목에 넣는 추세에 맞추어 김 관장이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지금은 도장에서 줄넘기를 배운 수련생들이 학교에서 또래 친구들을 지도하는 수준이 됐다.

세계태권도한마당에서 격파왕을 차지하며 고수회 원년멤버로도 활동했던 김 관장은 “이제 나이가 있어 주변에서 격파대회 출전을 말리기도 한다. 그러나 명검을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 담금질을 해야 하듯 격파도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견실히 해야 한다. 특히 격파는 자기수련과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효과 외에 태권도 지도자로서 아직은 도복을 벗을 나이가 아니라는 결연한 자세를 갖게 한다”고 강조한다.

김 관장의 말처럼 명품 격파는 어디서나 통하는 법. 터키의 주먹격파 영웅인 알리 바체테페도 격파대회에서 김 관장을 만나면 존경의 인사를 빼놓지 않는단다. 더욱이 터키 손날격파 선수들은 김 관장의 대회 장면을 녹화해서 수련할 정도이다.

용인대 체육과학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이수하고, 태권도 격파 모임인 천무회의 활동에도 열심인 김 관장은 “힘 닿는 데까지 제자들을 직접 지도하며 품새 선수를 양성하고 또 어린 수련생들의 체력증진과 사회성을 기르는 데에 소명을 갖고 매진하겠다”고 말한다.

“격파는 굳은살로 하는 것이 아니다. 꾸준한 자기수련으로 두꺼워진 굳은살을 깎아내고 뼈를 단련시키는 일이다” 라고 말하는 그의 태권도 사랑은 격파왕으로서 지도자로서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양택진 기자>

양택진기자  tkdnews@korea.com

<저작권자 © 태권도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양택진기자
• tkdnews@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