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30일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태권도 올림픽예선대회가 치러진다. 이 대회에서 각국 대표들은 올림픽 본선 출전권을 놓고 각축을 벌이게 된다. 올림픽 태권도 경기에는 남녀 각 4체급에 총 8개의 금메달이 걸려있다.

8개의 금메달이 걸려있긴 하지만 각 국가에서 바라볼 수 있는 숫자는 4개뿐이다. 특정 국가의 독식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로 각 국가별 두 체급씩만 출전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특정 국가는 물론 한국을 의식하고 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더 이상 이 제도는 필요 없어 보인다. 이미 오래전부터 세계 각국 실력이 어느 정도 평준화되어가고 있다. 특히 세계태권도연맹(WTF)이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전자호구를 사용하면서 평준화 현상은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오히려 이 제도로 특정 체급의 선수들은 올림픽 도전 기회조차 잡지 못하게 된다. 국내에서도 올림픽 출전의 꿈을 키우던 많은 선수들이 한국의 출전 체급이 발표되면서 좌절하곤 했다.

또 국가별로 올림픽 육성 체급을 제외한 나머지 체급은 퇴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한국은 물론 각국에서는 세계적으로 강자들이 포진한 체급 출전을 기피하게 된다. 당연히 특정 체급으로 선수들이 쏠리는 현상이 발생하고 이는 스포츠 정신에도 크게 위배되는 모습이다. 해외에서도 더 이상 필요 없는 제도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근본적으로 올림픽 태권도 체급을 6~8개로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WTF 규정대로 해도 성인 태권도는 남녀 각 8체급씩이다. 올림픽에서 남녀 4체급 경기만 치르는 이유는 태권도의 올림픽 최초 진입을 수월하기 하기 위한 부득이한 몸 낮춤으로 짐작된다.

올림픽 격투기 종목 가운데 유도는 남녀 각 7체급에 제한 없이 출전이 가능하다. 레슬링은 남자가 2개 부문(자유형, 그레고로만형)에 18개 체급이고 여자 자유형 4체급까지 총 22개의 금메달이 걸려있다.

비단 금메달 개수의 문제를 떠나 올바른 경쟁과 선수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올림픽 태권도의 지금 체급은 적당하지 않다. 태권도는 격투기 종목이다. 아무리 보호장비를 착용한다 하더라도 체급 간 체중 격차가 크면 그만큼 위험하다. 그런데도 평소 두 체급 이상 차이가 나는 선수들이 올림픽 예선대회에서 맞붙는 경우는 다반사다.

올림픽 체급이 불합리하다는 것은 태권도인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생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게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이유는 현재의 태권도 위상으로 봐서는 올림픽에서 퇴출될 수도 있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WTF 관계자들도 2013년 IOC 총회에서 태권도가 올림픽 영구종목으로 채택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러나 태권도가 올림픽에서 쉽게 빠지지 않는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많다. WTF 조정원 총재도 올 초 멕시코에서 “WTF 회원국은 곧 200여 개가 될 것이고, 그동안 올림픽에는 65개국이 참가해 22개국이 메달을 획득했다. 태권도는 올림픽 정신과 부합하는 스포츠로 올림픽 잔류에 대한 걱정은 필요 없게 됐다”고 말한 바 있다.

지금 WTF가 해야 할 일은 올림픽 퇴출에 대한 염려보다는 태권도 선수들의 안전을 꾀하고 회원국들에게 더 많은 올림픽 메달의 기회를 줄 수 있도록 올림픽 체급을 늘리는 노력이 아닐까. 
<신병주 기자>

신병주 기자  sign23@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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