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올해 경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의 성적부진에 책임을 지고 대한태권도협회(KTA) 양진방 사무총장이 지난 9일 사표를 낸 데 이어 25일에는 이승완 상임고문과 조영기 상임부회장, 윤웅석 기술전문위원회 의장 등 핵심 임원들도 사표를 제출했다. 이들의 사표 제출은 더 이상 성적부진으로 인한 협회의 혼란을 막고 조기에 협회 운영을 쇄신하도록 하자는 뜻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현재까지 KTA는 이들의 사표 수리 여부는 물론 뚜렷한 개혁방안도 제시하지 못한 채 표류의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홍 회장은 지난 25일까지 김무천 KTA 개혁단장의 개혁방안 보고받고 양진방 사무총장과 부회장들의 사표를 수리할 것으로 알려졌었다. 하지만 28일부터 경남 고성에서 전국소년체육대회가 열리고 다음달 30일부터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2012년 런던 올림픽 세계예선이 벌어지는 등 중대 사안이 이어지면서 협회의 개혁 일정도 계속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홍 회장도 지난 18일 부회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즉석에서 개혁단장까지 선임하는 등 강력한 개혁 의지를 보였지만 이후 지지부진한 행보에 일부에서는 사표 제출을 꺼릴 뿐만 아니라 오히려 홍 회장의 조치가 무리한 게 아니냐는 비판의 소리마저 내면서 KTA의 표류 분위기가 더욱 짙어지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부회장들의 사표 제출을 요구하는 등 인적 쇄신으로 KTA의 분위기를 새롭게 하겠다던 홍 회장이 발언이 말 그대로 엄포에 불과했다는 따가운 비판의 소리도 새어 나오고 있다.
 
사표를 낸 임원들도 홍 회장과 마찰을 빚지 않고 사태를 좋은 쪽으로 이끌기 위해 그 뜻에 따랐지만 이에 대한 처리는 물론 임명한 개혁단장에게도 확실한 권한을 부여하지 않고 있는 어정쩡한 상황에 대해 우려하는 눈치다. 홍 회장이 또 다시 태권도계의 갈등이 빚어질까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이다.

오히려 사태의 조기 수습을 원한다면 홍 회장이 빠른 결단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다. “인사는 질질 끌수록 더 복잡해진다.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는 의견이다. 사표 수리 여부도 빨리 결정해야 잡음을 줄이고 원하는 방향으로 의지를 펼치기가 쉽다는 것이다.

홍 회장이 선임한 KTA 개혁단장에게 부여된 권한과 역할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KTA의 향후 계획과 현안들에 대해서도 홍 회장이 사무총장이나 다른 임원들의 의견을 들을 것이 아니라 개혁단장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홍 회장이 개혁단장을 젖혀두고 이미 사표를 낸 사무총장이나 다른 임원들과 현안들을 논의한다면 개혁단장은 전혀 무용한 존재가 되고 홍 회장의 개혁 의지도 찾아볼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KTA의 지지부진한 현 상황과 관련해 한 인사는 "홍 회장이 태권도계의 정서를 읽지 못하고 지금처럼 우유부단하거나 내키는 대로 KTA를 운영하려고 한다면 태권도 발전을 위한 합리적인 대화가 앞으로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김창완 기자>

김창완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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