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벌어진 2012년 런던 올림픽 세계예선대회에 파견할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심판의 운영미숙으로 선수의 순위가 뒤바뀌는 사태가 발생했다. 경기규칙을 제대로 적용하지 않아 다음달 7일 전남 강진에서 벌어지는 최종평가전에 나갈 수 있었던 선수가 그 기회를 잃게 됐다.

심판의 경기규칙 적용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번 사태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억울하게 패한 선수의 팀 감독이 소청을 제기했더라면 승패는 번복될 수도 있었다. 소청 대상이 아니라는 만류로 그 기회마저 놓쳤다니 해당선수로서는 기가 막힌 일이다.
 
무엇보다 심판의 자질과 KTA의 심판 교육에 큰 허점이 드러났다. 문제의 심판이 매년 KTA가 실시하는 경기규칙강습회를 제대로 받았는지 의심스럽다. 그는 수십 년 이상 상임심판으로 활동해온 베테랑이다. 그런데 선수의 치료나 회복을 기다리는 동안 40초가 경과한 때로부터 주심은 10초 간격으로 경과된 시간을 큰소리로 알려야 한다는 기본적인 규칙도 지키지 않았다.

KTA 상임심판들은 항상 세계최고를 자부해왔다. 각종 국제대회에서 외국 심판들의 미숙한 경기운영을 보면서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과연 그럴 자격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지난 6일 끝난 경주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외국 심판들은 경기 운영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는 반면 KTA 상임심판들은 자주 전광판을 쳐다본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기를 운영 하는 주심이 전광판을 봐야 할 이유는 없다. 전광판을 자주 쳐다본다는 것은 시간의 흐름을 보면서 적절히 경고와 감점을 주어 특정 선수에게 불이익을 주기 위한 것이라는 의심을 사게 된다.

이번 사태도 그러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 실수와 운영미숙을 가장한 의도적인 편파 판정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KTA의 경기규칙 교육방법도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기규칙을 읽어주는 방식에서 벗어나 심판의 가치와 철학은 물론 정신교육을 철저하게 해야 한다는 게 여론이다.

태권도인들의 시선은 이제 이번 사태의 중심에 있는 심판에 대한 징계 여부에 쏠려 있다. 박흥신 심판위원장은 “경남 고성에서 열리는 전국소년체전 심판으로 임명했다가 취소했고, 올해 모든 대회에서 심판으로 임명하지 않을 방침이다. 심판에게는 가혹한 벌이다”고 밝혀 별도의 징계는 없을 것임을 내비쳤다.

그러나 많은 태권도인들의 생각은 다르다. 심판이 경기규칙을 제대로 적용하지 않아 선수의 순위가 뒤바뀌는 상황이 발생했다면 그 잘못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그냥 넘어갈 경우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김창완 기자>

김창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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