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태권도연맹(WTF)의 미흡한 일처리에 태권도 선수와 지도자들의 불만이 가득하다. 덜렁 대회에서 사용될 전자호구만 발표해놓고 각 체급별로 어떤 강도를 적용할지 결정하지 않아서 팀들은 준비한 전자호구를 가지고도 어느 강도에 맞춰 훈련해야 할지 애매한 상황이다.

WTF는 지난 18일 각 국가협회에 올림픽 예선대회 및 본선에서 대도 전자호구를 사용키로 했다는 공문을 발송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기술 전담 업체인 스위스타이밍에서 라저스트와 대도, 두 개의 WTF 공인호구 중 대도가 올림픽에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WTF의 공문에 따라 대한태권도협회(KTA)는 다급하게 올림픽 세계예선 대표선발 예선전에서 대도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며칠 후 대도 전자호구를 이용해 대회를 치렀다. 그런데 대회 첫날 점수가 너무 잘 나온다는 이유로 협회 관계자들이 회의를 열었고, 적용 강도를 수정했다.

올림픽 예선전에 출전할 선수를 가려내는 대회라면 올림픽 예선에 적용될 강도로 경기하는 것이 정상, 협회가 강도를 임의로 조정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었다. 그러나 정작 대도 관계자가 WTF에 의해 정해진 기준 강도가 없다고 답변했다. 

대도는 지난해 코리아오픈대회에서 적용한 강도를 다른 국제대회에서도 일률적으로 적용했다. 물론 8개 체급별로 강도가 나뉘어져 있었다. 그러나 올림픽 체급은 남녀 각 4개뿐. WTF가 당연히 사전에 올림픽 체급별 강도를 정해 놓았어야 했지만 그런 게 없으니 대도 측이 알아서 각 체급별 강도를 정해 대회를 치르게 된 것이다.

WTF는 거꾸로 이번 KTA 선발전과 각 국가 대회에서의 사용 사례를 바탕으로 올림픽 예선전 및 본선에서 적용할 각 체급별 강도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WTF 관계자는 “대도 전자호구는 WTF 주최대회에 사용한 적이 없었다. 대도를 사용해 치른 대회 주최 측과 데이터를 분석해 올림픽을 치르기에 적절한 강도를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적용 강도가 확정되는 대로 각 국가협회에도 공문으로 통보할 예정이란다.  

그러나 WTF가 공인한 전자호구라면 미리 대회에 적용될 강도는 물론 세부적인 내용까지 따져보고 적정성을 판단했어야 한다. 각 대회 및 체급에 어떤 강도를 적용하겠다는 규정 정도는 이미 이 과정에서 정해졌어야 한다. 그게 WTF의 역할이다.
<신병주 기자>  

신병주 기자  sign23@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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