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태권도협회(KTA) 상임심판의 자질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선수들이 올림픽으로 가는 첫 번째 관문인 올림픽 세계예선대회 파견 국가대표선발 예선대회에서 주심의 운영 미숙으로 경기에 큰 혼란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해당 심판은 시도 태권도협회 심판위원장까지 맡고 있는 베테랑으로 KTA 조장급 상임심판이다. 문제의 경기는 남자 -58KG급 이길수(용인대)와 차태문(나사렛대)이 맞붙은 2-3위 결정전. 체급 1, 2위만 내달 7일 최종평가전에 참가할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에 2-3위 결정전은 그만큼 치열했다.

1회전에서 이길수가 다리에 근육 경련을 일으키며 경기가 일시 중단됐다. 주심은 계시를 선언했고, 의료진이 코트에 투입됐다.

KTA 경기규칙에 의하면 부상당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총 1분 30초. 의료진이 코트에 투입되면 주심은 계시를 다시 시작해야 하고 1분이 지났을 때 추가로 30초를 더 부여할 수 있다. 1분 30초 동안의 응급조치로 선수가 회복되지 않으면 실격패 처리된다. 이길수가 치료받고 있을 때 한 부심은 나사렛대 코치에게 1분 30초 안에 일어나지 못하면 실격패 처리 된다는 경기규칙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 했다. 

쓰러진 이길수는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1분 50여초의 시간이 지난 후에야 일어섰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주심은 경기를 속행시켰다. 나사렛대 코치가 강력하게 항의하자 오히려 가만 있으라는 듯 손짓을 하며 항의 자체를 묵살했다.

계시가 1분 30초를 넘겼을 당시 경기장의 기술전문위 한 부의장은 “시간이 지났는데 안 끝내고 뭐하는 거야?”라고 말하며 의아해 했다. 박흥신 심판위원장도 주심에게 경기를 끝내라는 신호를 보냈다. 주심은 이런 신호를 봤는지 못 봤는지 아랑곳 하지 않고 경기를 속개 했다.   

사실 이런 상황에서 이길수가 완전 회복되리라고 짐작한 이들은 거의 없었다. 일반적으로 근육 경련, 즉 다리에 쥐가 나면 다시 일어난다 하더라도 또 다시 경련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을 깨고 이길수는 회복됐고 결국 승리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부 지도자들은 "해당 주심의 경기 운영 미숙이 아니고 알면서도  용인대의 편의를 봐주기 위한 심판의 잘못된 행동"이었다고 비난했다. 그동안 활동한 경력 등을 감안하면 실수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경기가 끝난 후 박 위원장은 “명백한 주심의 경기 운영 미숙이다. 해당 심판은 당분간 심판으로 위촉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KTA는 해당 심판의 징계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이와 같은 심판의 미숙한 경기 운영은 다른 경기에서도 드러났다. 한계선 밖에서 이루어진 공격이 득점으로 표출됐고 주심이 이를 그대로 인정하려 한 것이다. 이에 코치가 영상판독을 요청했고 주심은 받아들였다. 그러자 기술전문위 윤웅석 의장이 “한계선 밖으로 나갔는지는 주심이 판단해야 하는 것이지 영상판독 대상이 아니다”며 직접 판단하라고 지시했다. 주심은 인정된 점수를 빼앗고 공격한 선수에게 경고를 내렸다. 

심판에게는 경기규칙의 숙지는 물론 경기 중 일어나는 돌발 상황에 대해 빠르게 판단하고 대처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전 세계 최고라고 자부하는 KTA 상임심판. 처우 개선만 외칠 것이 아니라 능력과 자질 함양에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신병주 기자>    

신병주 기자  sign23@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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