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대회 성적이 부진해지면서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문제가 바로 국가대표 선발 및 관리방식이다. 대한태권도협회(KTA)는 아시안게임 참패 이후 태릉선수촌에 상주하는 총감독을 선임했고, 국가대표 선발방식도 개편했다. 하지만 끊임없이 불협화음,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그럼 종주국을 위협하는 태권도 강국들은 대표선수를 어떻게 선발, 관리할까? 경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 뛰어난 기량을 보였던 국가들의 경우를 알아봤다.
[영국] 대표 선발보다 관리에 주력
최근 가장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나라는 2012년 올림픽 개최국 영국. 선수층이 두껍지 않은 영국은 총 16체급 중 12체급 대표선수만 확보하고 있다. 따로 국가대표 선발전을 치르지 않고 국가대표 총감독이 직접 선발한다. 선수 선발보다는 관리에 주력하는 편. 한번 선발된 선수는 UK(영국)스포츠의 집중적인 투자와 관리를 받으면서 더 우수한 기량을 쌓는다.
대표선수단 관리는 상당히 진보돼 있다. 이번 세계대회에는 총 15명의 코칭스태프(총감독, 코치, 전력분석관, 상담사, 스포츠마사지사, 의사, 영양사 등)가 철저한 역할분담으로 선수단을 이끌었다.
선수가 경기를 마치면 상담사가 선수 심리상태를 점검하며 안정시켰다. 스포츠마사지사가 근육을 풀어주고, 의사가 신체상태를 체크했다. 경기 진행 동안에는 전력분석관이 다음 상대를 철저히 분석하고 비디오로 촬영하고 있었다. 선수는 다음 상대의 경기 영상을 분석관과 함께 점검하며 전략을 세울 수 있었다.
이런 대표팀 운영 시스템에는 한국의 대한체육회에 해당하는 UK스포츠가 상당한 예산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국가대표로 상시 60명 운영
중국도 영국처럼 특별한 선발전 없이 대표팀 감독이 선수를 직접 선발한다. 매년 대표선수단이 크게 변하지 않는 것도 영국과 흡사하다. 반면 대표선수 규모는 영국의 5배 수준으로 매년 50~60명을 유지한다.
중국은 20여 개 이상의 성(省) 대표팀이 있다. 이들은 국내 성 대항전 등에 참가하는데 이런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를 대표팀 감독이 선발한다. 대표선수들은 선수촌에서 합숙훈련을 하고 특정 국제대회에 참가하기 전 각 체급별 평가전을 통해 출전 선수를 가려낸다.
중국은 의외로 국제오픈대회에 많이 참가하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해외 주요 선수들에 대한 많은 데이터를 구비하고 있다. 비디오를 통해 외국선수들의 성향까지도 철저히 분석해 출전한 국제대회에서 상대에 대한 전략을 미리 수립한다.
[멕시코] 국제대회 입상에 큰 포상
멕시코는 늦어도 매년 3월 이전에 대회를 통해 국가대표를 선발한다. 선발된 국가대표는 한 해 동안 5~7개 정도로 많은 국제대회에 참가한다. 세계연맹(WTF) 주최 대회는 물론 국제오픈에도 다수 참가한다. 국가대표로 한 번 선발되면 많은 국제경험을 쌓을 수 있고, 이렇게 성장한 선수들은 다시 국가대표로 선발될 가능성이 높다. 특정 대회 출전을 위한 대표로 선발돼 한 개의 국제대회만 참가하고 마는 우리 경우와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국제대회 입상에 대한 포상이 큰 것도 멕시코의 특징이다. 또 이들에 대한 후원금도 적지 않다고 한다. 지난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는 포상금에 후원금까지 7억원 이상을 받았다고 한다.
[이란] 과학적 평가로 대표 선발
이란이 태권도 강국이 될 수 있는 이유 중 한 가지는 실업리그의 활성화다. 종주국보다 더 많은 실업팀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은 매주 지역별 리그전을 펼친다. 대표선수는 지역 리그의 성적 우수자들로 다시 최종 선발전에 해당하는 리그전을 치러 체급별 1~3위가 함께 선수촌에 들어간다.
선발된 선수들은 과학적 훈련과 평가를 받게 되는데 평가는 각 분야별 전문가들에 의해 체력부터 경기운영능력까지 세부적으로 이뤄진다. 참가할 국제대회가 임박하면 이 평가를 참고로 감독이 출전 선수를 가려낸다. 이는 감독의 고유 권한이며 감독은 대회 성적에 대해서도 책임을 진다.
<신병주 기자>
신병주 기자 sign23@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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