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의 태권도 겨루기 국제 경쟁력이 점점 저하되고 있다는 비판의 소리가 높다. 겨루기 경기력 저하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한 것은 여자부가 처음 1위를 빼앗겼던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 세계선수권대회. 외국과의 큰 실력 차로 한동안 독주할 것으로 내다봤던 청소년대표도 2010년 3월 멕시코 주니어선수권대회 남자부에서 이란에 무릎을 꿇었다.
이 같은 문제는 아시아무대에서도 똑 같이 나타났다. 바로 광저우 참패였다. 우려는 있었어도 과거 전력 때문에 모두들 ‘설마’ 하며 기대를 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남녀 모두 2위에 그치는 치욕적인 기록을 남겼다.
경기력 약화의 원인으로 많은 문제들이 지적됐다. 국가대표 선발방식, 올림픽 체급 선정, 전임코치제도의 운영과 전자호구 적응 등에서의 문제, 중고등부 선수 육성의 소홀, 기술전문위 경기력향상위원회의 유명무실한 역할과 기능 등.
하지만 이런 문제들은 여러 가지 사정에 의해 실질적인 책임과 권한을 가진 제도권에 직접적으로 제기되지 못했다.
이에 태권도신문은 개인, 또는 소속 팀, 단체의 사사로운 이익을 떠나 종주국 경기력의 문제를 깊이 있게 짚어보고 보다 구체적인 향상 방안을 찾는 진정한 대화의 장을 만들자는 취지로 지난달 23일 한국체대 회의실에서 태권도 전문가들의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의 발제 내용과 참석자들의 소중한 의견을 2회에 나누어 태권도신문에 게재한다. 특정 개인이나 단체의 책임을 따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종주국 경기력 향상의 길잡이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편집자 주>
체력 소홀, 잦은 대회 문제 있다.
-류병관 교수(용인대 태권도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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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병관 교수. | ||
첫 발제자로 나선 류 교수는 한국 태권도 경기력 저하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1) 기본체력의 미흡, 2) 국가대표급 선수들의 기술 편중의 훈련, 3) 득점위주의 훈련으로 인한 기본기 부족, 4) 잦은 경기로 인한 훈련시간의 부족, 5) 품새와 겨루기의 이분화, 6) 국제경기 경험의 부족을 지적했다.
선수들이 하체운동에만 치중하다보니 신체 균형, 유연성과 심폐지구력, 근력 등이 타 종목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고, 상대적으로 체격조건이 좋은 외국 선수들에 비해 운동능력이 뒤처진다고 지적했다. 태권도 선수 중에 양다리 앞찢기와 옆찍기조차 제대로 할 수 있는 선수가 없다고 지적.
여기에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잦은 대회 출전과 득점 위주의 훈련에 급급하다 보니 경기에서 내용이 부실한 경기에 차고 넘어지는 소극적인 경기의 행태가 만연되어 있다는 것이다. 잦은 대회에 직접 참가하지 않는 선수들까지 동원되어 쫒아다니다보니 훈련시간이 부족하고 선수 개개인의 능력 향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류 교수는 또 국내 선수들에게 유익한 해외경험이 절대 부족하다며, “싼 맛에 필리핀에 가서 전지훈련 하는 것이 말이나 되느냐”고 지적했다.
류 교수는 경기력 향상 방안으로 기술과 체력, 정신력 향상이 삼박자를 이루도록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태릉선수촌에 입촌하는 상비군제도의 활성화를 통해 체력강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새로운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실험적인 대회가 필요하다. 자신감을 강화할 수 있도록 특수훈련과 국가대표선수들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보상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태릉선수촌 여자선수 전담코치의 배치, 격려금에 의존하는 대표팀 지원의 개선, 외국어 능력을 갖춘 전담 프런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경기력향상위 일할 수 있는 길 터줘야
-정국현 교수(한국체대 태권도학과)-
▲ 정국현 교수.
정국현 교수는 외국선수들의 수준 높은 경기 운영과 기술력의 발전, 그에 비해 하향평준화된 국내선수들의 기량을 보면서 지금이야말로 경기력 향상을 위한 대한태권도협회의 역할이 절실히 필요한 때라고 지적하며, 기존방식에서 탈피한 과학적인 훈련방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교수는 “명확한 규정의 부재로 경기력향상위원들의 역할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위원회역할에 대한 규정 명시로 위원회의 책임을 강화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위원회를 전문가집단으로 인정하고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며, 현재의 위원회는 유명무실한 거수기의 역할로 전락할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주장했다.
또 올림픽, 세계선수권대회, 주요 대륙별대회 및 올림픽 출전권 획득을 위한 선발대회에서 경기 분석의 기회조차 없다며 협회 예산을 투입해 주요 국제대회 정보 수집 및 경기 분석의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제도적으로 대표팀과 상비군 운영 및 관리에 관한 사항은 경기력향상위원회에 위임해 대표팀 선발과 훈련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소집, 훈련기간, 코치 추천 등)을 위원회가 책임지고 다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위원회의 활동을 위한 예산 확보, 영상 촬영을 위한 최신 기자재 구입, 경기분석 프로그램 활용이 필요하며, 전지훈련 및 대표팀 간 친선경기의 대상 국가 선정에도 위원회의 의견이 반영되어야 위원회 설치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자호구 혼란에 억장이 무너졌다”
-박종만 감독(한국가스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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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종만 감독. | ||
박 감독은 이날 발제자로 나서기도 한 최연호 감독(전 한국가스공사)이 선수로서 마지막 출전한 지난 국가대표 최종평가전을 거론하며 “억장이 무너졌다. 세계대회 5연패를 목표로 하는 선수가 라저스트 전자호구가 망가져서 승패가 뒤바뀌는 결과가 나왔다. 점수만 제대로 표출되었다면 백전노장 최연호가 리드 상황를 관리하지 못했겠느냐”며 다소 격앙된 감정을 드러냈다. 그는 “전자호구에 대한 사항은 정말 신중히 결정해야 할 일”이라며 “선수들의 꿈이 전자호구 때문에 무너진다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물었다.
박 감독은 국내선수들의 기량 저하는 감점 규정, 전자호구 등의 문제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이라며, 완벽하지 못한 전자호구에 선수들을 끼워 맞추는 형국이라며 선수들의 국제대회 성적 저하를 이런 문제와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영상판독에 대해서도 “지금 집행부가 개혁하러 왔다는데, 왜 영상판독을 공개하지 않느냐. 경기장에 스크린을 걸어서 관중들과 함께 보고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감독은 또 해외 오픈대회에 좀 더 자주 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협회의 촉박한 공문 발송 등도 시정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리=양택진 기자
양택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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