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단(품) 심사 문제는 태권도계가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가 됐다. 그동안 숱한 시비에도 불구하고 겉돌기만 했던 심사 문제를 해결하고 승단(품)을 태권도 수련인들의 축제로 활성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각 시도협회 전무이사들로 구성된 전무이사협의회와 국기원, 대한태권도협회(KTA)가 여러 가지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한 대책일 뿐 일선 도장 지도자들과 수련생들을 위한 참된 방안은 찾아보기 어렵다.

최근 서울시태권도협회를 제외한 15개 시도협회는 KTA와 공조해 해당지역 시도협회를 외면하고 타 시도협회를 통해 승단(품) 심사를 보는 행위를 막기 위해 단증에 도장 및 관장명을 표기해줄 것을 건의했다. 그러나 국기원은 이를 거부했다. 그러한 방법으로는 심사제도의 문제점을 원천적으로 해결할 수 없을 뿐더러 단증의 권위도 상실되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심사제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각 시도협회가 심사권을 쥐고 시도협회의 행정과 각종 사업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일선 도장들의 길들이기를 중지해야 한다. 적어도 승단(품) 심사에서만은 만인에게 공명정대한 기준과 원칙의 확립이 절실하다. 여기에 국기원과 KTA의 엄정한 지도와 감독이 필요하다. 또 각 단체의 권한과 책임을 명시하고, 각 단체 간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이러한 비판과 지적을 수용하고 일선 도장 지도자들과 수련생들을 위한 제도를 내놓지 못한다면 타 시도협회로의 심사 유출은 막아낼 수 없다. 타 시도협회를 통해 심사를 보느라 들이는 모든 비용과 장거리 이동의 위험과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거주 지역 시도협회 심사를 거부하는 데는 분명 그만한 이유가 존재한다. 그런 원인을 협회가 해소해 주고 그로 인한 문제를 우선 시도협회가 풀어야 한다.

심사비 명목으로 거둬들이는 납득할 수 없는 부과금도 문제다. 국기원이 정해놓은 심사비 외에 얹히는 납득하기 어려운 부과금 때문에 태권도가 공정거래위원회 재단의 도마에 오르내리고 있다. 시도협회 운영비 등은 별도의 방법으로 징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국기원과 KTA의 장악력도 부실하고 심사에 대한 규정도 미비하다, 그 때문에 심사권 위임 상황도 엉망이다. 경찰, 군부대와 일부 대학 동문연합회가 운영하는 일선도장들에게까지 심사권이 부여되고 있다. 물론 시도협회가 감독위원을 파견하고 있다지만 이는 심사제도의 질서를 흔드는 행위다. 이처럼 심사권을 손에 쥔 협회가 스스로 원칙을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에 항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해외 각국에서의 심사에도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국기원이 국가협회와 심사권 위임계약을 명확히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국가협회는 국가협회대로, 한국인 사범들은 한국인 사범대로 불만이 가득하다.
국기원이 국가협회와 심사권 위임계약을 할 때도 심사숙고가 필요하다. 국기원이 국가협회의 반발을 무릅쓰고 아무 대책 없이 한국인 사범들에게 심사 권한을 나눠줄 경우 국가협회는 국기원 단증을 외면하고 단증의 자체 발급을 심각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가협회의 권위를 인정하면서 동시에 한국인 사범들을 배려할 수 있도록 사전조율이 필요하다.

승단(품) 심사 자체가 전 세계 태권도인들의 축제가 되어야 한다. 심사의 엄정한 질서를 세워 모든 태권도인들이 국기원 단증을 받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본지는 신묘년 새해 특별기획으로 6회에 걸쳐 겉도는 승단(품) 심사 문제의 실태를 파악하고 해결 방안을 찾아보고자 한다.
<김창완 기자>

김창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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