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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국제심판, 영어 따지기 전에 활동 지원을
  • 신병주 기자
  • 승인 2010.11.08 10:13
  • 호수 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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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태권도협회(KTA) 양진방 사무총장이 각 시도협회 전무이사들이 모인 자리에서 영어 능력을 감안해 국제대회에 참여할 국제심판을 추천하겠다는 계획을 내비쳤다.

최근 세계태권도연맹(WTF)이 한국어를 공식 언어에서 배제한 것에 대해 한 시도협회 전무이사가 크게 우려하자 경기 용어가 바뀌는 것은 아니라고 안심시키며 영어 능력은 원활한 경기 진행에도 꼭 필요하다고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다.

양 총장은 “비디오판독제도도 도입한 마당에 심판이 지도자의 의견을 잘 알아듣고 판독관에 전해야 하고 판독관과 대화도 쉽게 이뤄져야 하는데 영어가 미숙해 시간이 지체되는 현장을 목격했다”며 영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양 총장의 이같은 계획에 반발하는 의견도 없지 않다. 많은 국제대회에 지도자로 참가했던 한 태권도인은 실제 경기에서 지도자와 심판이 나누는 대화는 지극히 단순한 몇 개의 영어 단어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KTA처럼 경기의 한 회전이 끝나고 판독한다면 설명이 필요하겠지만 WTF는 즉시판독제도다. 몸통은 기계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얼굴 득점 여부만 판독 대상이다. 유효 여부만 통보하기 때문에 영어를 능숙하게 할 필요는 없다”고 부연설명까지 했다.

심판을 선임할 때 최우선으로 평가해야 하는 부분은 바로 판정 능력이다. 따라서 각 국가협회도 국제심판으로 판정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우선적으로 추천해야 한다. 물론 영어를 잘해서 나쁠 것은 없다. 간단한 대화만 한다 하더라도 의사가 정확하고 빠르게 전달되면 더욱 좋다.

하지만 KTA가 이미 국제심판 자격을 취득하고 보수교육까지 받아온 국내의 심판들에게 “영어 능숙자를 국제대회에 참여하도록 추천하겠다”는 방침은 순서가 잘 못된 것으로 보인다. 애당초 국제심판의 자격을 취득하는 단계에서 챙겼어야 할 사항을 그 동안 개인적으로 적지 않은 부담을 감수하며 자격을 취득하고 유지해온 심판들에게 뒤늦게 따지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것이다. 

또 세계 각국 지도자들이 다 영어를 원활하게 하는 것도 아니고 당장 의사소통이 문제가 된다면 지도자와 심판, 심판과 판독관의 대화를 이어주는 통역관을 둘 수도 있을 것이다.

WTF 관계자에 의하면 실제 심판과 판독관의 대화는 통역을 둘 만큼 복잡하지도 않다고 한다. 또 현재 WTF는 심판들이 필요한 영어를 책자로 만들어 보수교육 때 보급하고 있다. 이 책자로 짧은 시간만 공부해도 경기를 진행하는 데는 전혀 무리가 없다는 것이 WTF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한국 국적 국제심판은 1,095명. KTA 상임심판 중에도 50여 명이나 된다. 국제심판 자격은 최초 국가협회 심판 가운데 국가협회의 추천을 거쳐 WTF에서 부여받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개인적으로 매년 실시하는 보수교육에 1회 이상 참가하고 연회비(50달러)도 내야한다. 보수교육이 매년 모든 국가에서 실시되는 것도 아니다. 지난해 한국에서 보수교육이 실시됐지만 이는 2006년 이후 처음이었다. 종주국이라는 이유만으로 매년 한국에서 보수교육을 실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 국제심판은 “보수교육에 참가하려면 자비로 외국을 방문해야 하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다”며 “국제대회에 심판으로 투입될지 여부도 불투명한 상태에서 부담이 크다”고 하소연 했다.

WTF는 판정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국제대회 심판진을 가능한 많은 국가 심판들로 편성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태권도 대회가 자주 열리지 않는 국가에서 파견된 심판들은 상대적으로 능숙하지 못하다. 경험 많은 한국 심판들은 지금까지 국제대회에서 타국 심판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어 왔다. 

KTA가 뒤늦게 영어 능력을 문제 삼아 심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기보다는 종주국의 자부심을 가지고 국제무대에서 봉사하고 활동할 수 있도록 오히려 심판들의 시간적,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제도적인 지원책을 모색하는 게 옳은 방향이다.
<신병주 기자>         

신병주 기자  sign23@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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