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호 KTA 심판위원장

그동안 심심찮게 제기되어 왔던 대한태권도협회(KTA) 상임심판의 처우 개선에 대해 최정호 KTA 심판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입을 열었다.

지난 2008년부터 3년째 KTA에서 심판위원장으로 활동해온 최 위원장은 임기를 3개월 남짓 남기고 있다. 후진을 위해 떠날 때가 됐다는 그는 “KTA에서 20여 년간 일 해온 입장에서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심판 처우 개선은 공정한 판정의 확립, 태권도 발전을 위해서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여서 남은 임기 동안에도 역할에 충실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현재 KTA의 연간 예산이 오륙십 억을 헤아리는 것으로 안다. 이제는 경기 현장에서 일하는 심판 및 경기부 요원들에게 현실적인 수준의 보상이 필요할 때라고 본다”고 말했다.

6년 전 5만원이던 심판들의 일비(日費)가 지금은 7만원으로 인상되어 있다. 여기에 KTA가 지방에서 전국 규모 대회를 개최할 경우 추가로 교통비 5만원이 지급된다. 제주도의 경우에는 항공비가 따로 지급된다. 문제는 지난 30년간 KTA가 성장해 오면서 심판들에 대한 예우에는 너무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상임심판 한 명이 많으면 한 달에 열흘 정도 심판을 보는데 일비로 따진다면 70만원의 수입을 얻는 정도다. 사회 전반의 경제적 수준에 비추어 보아도 심판 처우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초창기 심판들은 일비와는 상관없이 태권도를 위해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심판을 봤다. 하지만 이제 태권도의 위상은 물론 KTA의 위상으로 보아서도 심판들에게 봉사정신으로만 심판업무를 보라고 하기가 쉽지 않게 된 것이다.

최 위원장은 또 “심판 조장급들은 대부분 15년 이상 경력의 베테랑들이다. 1년차 심판이나 20년 된 심판의 일비를 차등 없이 똑같이 7만원으로 책정한다는 것도 합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한다. 그는 “심판 처우개선 문제는 KTA 내부에서도 인식하고 있고 논의가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입장의 차이 탓인지 현실적인 개선안은 보이지 않고 있다”며 KTA의 보다 현실적인 개선책을 촉구했다.

- 올해로 심판위원장 임무를 마치는 데 대한 소회는?
“경기단체에서 심판부는 혼자서는 잘 할 수 없는 조직이다. 그러나 심판부는 어찌 보면 경기단체 내에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일 수 있다. 지난 3년간 KTA의 신임을 얻어 자율권을 부여받아 소신 있게 심판부를 운영할 수 있었던 것을 매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현실적인 과제로 심판 업무에 따른 적정한 보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심판 처우 개선의 구체적인 방안은?
“가장 시급한 것은 심판 일비의 현실화다. 다만 KTA 예산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우선은 임원진에 대한 처우 개선, 심판 연차에 따른 차등 지급 등의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 심판 운영에 관한 보다 장기적인 대책이 있는가?
“심판부의 궁극적인 목표는 전임심판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전임심판이 되면 KTA의 직원으로서 월급을 받게 되니 신분의 보장이 확실하고, 전문 직업인으로서의 자긍심도 고취할 수 있다. 이전에도 전임심판제에 관해 논의가 있었지만 예산과 노조 설립 등의 문제를 염려해 기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KTA의 적극성이 너무 아쉽다.”
 
- 현재 KTA가 주관하는 대회와 심판 투입 규모는?
“평균 5~6일 정도의 일정으로 1년에 25개 정도의 대회가 열려 150일 정도의 일정을 수행하고 있다. 참가 인원의 따라 큰 규모의 대회는 다섯 코트나 여섯 코트를 사용해 50명 정도의 심판들이 투입된다. 중간 규모의 경우는 세 코트나 네 코트에 30명 정도의 심판이 참여한다.”

- 국제심판의 경우는 처우가 어떠한가?
“세계태권도연맹(WTF)에서 일괄적으로 일비를 100달러로 책정하고 있다. 숙식은 WTF와 개최국 협회가 해결해 준다. 항공료는 심판 소속 국가협회마다 다르다. 가령 유럽에서 WTF가 주관하는 대회가 열릴 경우 WTF가 각국협회로부터 심판을 추천받는다. 한국 심판은 참여하려면 유럽까지의 항공료를 원칙적으로 심판 자신이 부담한다. 다른 국가의 경우에는 협회가 항공료를 지원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서는 대회조직위가 항공료를 부담한다.”

<양택진 기자>

양택진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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