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과제를 남긴 코리아오픈대회. 종주국 오픈대회로 위상을 높이기 위해 과연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참가자를 비롯한 국내 태권도인들이 이구동성으로 제기하는 코리아오픈대회의 문제점은 바로 불투명한 정체성에 있다. 종주국의 명성에 걸맞게 각국 대표급 선수들이 대거 출전하는 최고 권위의 대회인지, 아니면 세계 각국의 많은 태권도인들이 참여해 경쟁보다는 함께 즐기는 자리로 마련되는 페스티벌인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수한 경기 수준의 권위 있는 종주국 대회로 자리를 굳히기 위해서는 우선 많은 국가에서 우수 선수들이 참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KTA의 비상한 노력이 필요하다. 상금을 내걸든, 세계랭킹 상위 선수들에게 어떤 특전을 줘서 참가를 유도하든 여러 가지 유인책을 모색해야 한다.

우수 선수들이 많이 참여하는 대회로 알려지면 세계선수권대회 및 올림픽에 대비한 선수 정보나 전력의 파악 등을 위해서라도 각국 대표급 선수들이 자진해서 참여하게 될 것이다. 당연히 세계태권도연맹(WTF)이 산정하는 세계랭킹 적용 등급도 높아질 것이다. 현재 WTF는 오픈대회 등급 상한선을 G-3로 정해 놨지만 향후 오픈대회의 참가선수 수준이 높아지면 상한선을 올릴 계획도 가지고 있다.

KTA가 대회 권위를 우선 생각한다면 명확한 규정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일부 저개발국가에 은밀히 체재비를 지원할 것이 아니라 투명하게 예산을 들여서라도 우수 선수를 유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코리아오픈대회를 많은 나라의 다양한 선수들이 참여하는 페스티벌로 만들겠다면 엘리트 선수들을 참가하는 경기의 비중을 줄이더라도 일반 수련생들을 배려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경기장 밖에서도 참가자들이 다른 많은 것을 경험하고 즐길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같은 시기의 다른 이벤트와 연계해 최대한 많은 인원이 참가하는 축제로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나 코리아오픈대회의 성격이나 내용이 세계태권도한마당과 같아진다면 대회 개최의 의의를 찾기도 어렵고 성과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태권도한마당이나 태권도엑스포 등 국내에서 이미 치러지고 있는 행사와는 철저히 차별화해야 한다. 종주국 협회의 특성을 살려 KTA만이 개최할 수 있고 개최하기에 합당한 행사의 성격을 찾아야 한다.

대회 성격을 어떻게 정하더라도 먼저 선행돼야 하는 것은 바로 충분한 준비기간을 갖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올림픽이나 월드컵축구처럼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개최 1년 이전에 대회 장소와 날짜가 정해져야 한다. 장소와 날짜가 정해지면 그에 따라 대회 홍보도 참가신청도 빠르게 진행할 수 있고, 체계적인 준비가 가능해진다. 참가자가 빨리 파악되면 그만큼 대회 일정을 효율적으로 계획할 수도 있고, 참가자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알차게 마련할 수 있게 된다.

코리아오픈대회 전담부서를 만들어 대회 준비에 보다 충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연간 챙겨야할 일정이 빡빡한 KTA 사무처가 코리아오픈대회까지 여타 전국대회처럼 성의 없이 진행한다는 지적은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다른 대회와 똑같이 지자체에 팔아넘기듯 대회를 치를 것이 아니라 전문인력을 투입해 대회 준비와 운영을 전담케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회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도, 대회 준비를 충실히 하는 것도 모두 KTA가 떠맡아야할 과제다. KTA는 무엇보다 종주국 오픈대회의 주체라는 점을 잊지 말고 다른 오픈대회들의 본보기를 만들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 주어야 한다.
<신병주 기자>

신병주 기자  sign23@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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