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로 도움 줄 수 있다면

많은 양로원을 내가 자원하여 방문하였다. 하지만 지난해 겨울 한 양로원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찾아와 달라는 것이었다. 나도 처음 들어보는 장소였고, 그런 곳에 양로원이 있는 줄도 몰랐다.

하지만 나를 초대한 사람이 도장 수련생의 부인이었다. 남편은 이곳 의대에서 교수로 있는데 그와 그의 두 아이들이 태권도를 배운다. 그들의 아버님이 1970년대 초반에 한국에서 미국 대사로 재직했었다 한다.

약속을 하고 찾아갔는데 다른 지역에 비해 허름하기는 했지만 그리 작은 곳은 아니었다. 여느 양로원이나 마찬가지로 그곳에 들어가니 양로원 특유의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그 부인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 부인의 안내로 노인들 15명 정도가 앉아있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나는 그들과 반갑게 인사를 했다. 어떤 노인들은 그곳에 앉아 있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몸도 가누기 힘들어 했다. 그저 휠체어에 의지하여 앉아 있을 뿐이었다. 이런 노인들과 함께 할 때 사용하는 3단계 교육법이 있다. “육체는 운동으로 깨워라, 마음은 미소로 깨워라, 정신은 사랑으로 깨워라” 하는 것이다.

그들에게 간단한 운동으로 근육을 풀어 주고, 얼굴부터 발까지 간단한 운동으로 다시 긴장을 완화하고, 상대를 향하여 웃게 했다. “당신은 참으로 멋진 사람입니다. 당신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하고 소리치며 이야기하게 했다. 어떤 할머니를 향해 “당신은 아름답습니다.” “하나님이 당신을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로 만드셨습니다.” “당신은 너무나 훌륭한 사람입니다.” 했더니 그 할머니의 얼굴에 홍조가 띠면서 너무나 좋아했다.

이어서 서로 안아 주면서 “사랑합니다” 하고 외치게 했다. 그러자 몸을 가누지도 못하던 사람들이 몸을 움직이면서 참여하려고 했다. 나는 이 사람 저 사람 돌아다니며 안아주었다. 그들의 육체도, 마음도, 영혼도 잠들어가고 있는 오늘만이라도 깨어나라고 말이다.

수업이 끝나고 내가 떠나려고 하는데 그분들이 나에게 그랬다. “꼭 다시 와주십시오 (Please come back again)." 나의 마음은 너무나 뿌듯했다. 그 후 다시 방문했더니 그분들은 나를 기억하고 있었으며, 내가 그 무엇을 요구하기 전에 이미 마음으로 따라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것이 태권도를 하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특권이 아닐까?

이제 나는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축구경기를 보다보면, 후번전이 더 흥미진진하다. 후반전에 골이 더 많이 터지고, 후반전에 경기의 결과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인생의 많은 선배들이 후반전을 아주 멋지게 장식하는 것을 본다. 반대로 후반전에 망치는 경우도 보았다. 그래서 나는 이 후반을 전반전보다 더 신중하게 준비하고 싶다.

아직 내 인생의 후반전이 시작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준비 작업은 계속하고 있다. 첫째, 학문적으로 준비하고 싶다. 매일 삶이 바쁘기 그지없지만 공부를 계속하고 싶다. 미국의 대표적인 경제학자인 피터 드러커는 최소한 6가지에 전무가라고 한다. 경제, 예술, 문화 등 많은 분야를 섭렵하여 존경받는 인물이 된 것이다. 그처럼 다방면의 전문가는 아닐지라도 그에 버금가는 인물이 되고 싶은 것이 나의 바람이다.

하지만 아무 쓸모없는 지식이라면 물론 하지 않겠다. 쓸모 있는 학문, ‘모퉁이 돌’이 되는데 도움이 되는 그런 학문이라면 배우고 싶은 게 나의 바람이고 욕심이다. 둘째, ‘수신제가’하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나 자신과 내 가정의 식구들이 서로 사랑하며 나란 존재에 대해 자랑스러워 해주기를 바란다. 만일 그러지 못한다면 어찌 ‘모퉁이 돌’이 되겠는가? 셋째, 보이지 않는 돕는 손이고 싶다. 앞서서 나서지 않고 뒤에서 도울 수 있는 그러한 인물, 그러면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정도로 노력하는 그러한 존재가 되고 싶다.

태권도는 삶의 일부로 시작해서 이제는 전부가 되어버렸다. 내 모든 것들이 태권도와 연관되어 있다. 태권도를 통해서 미국이란 나라에 보이지 않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존재, 나의 고국 한국에 뿌리를 두고 미국이란 나라에서 꽃을 피울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 한국은 나를 만들어 준 나라이고, 미국은 나에게 가능성을 준 나라다. 한비야가 말했듯이 “99%의 능력에 부족한 1%”을 채워 줄 수 있는 그러한 존재, 그러한 사범이고 싶다.

나의 인생의 후반전은 나의 능력으로 남들의 부족한 1%를 찾는 데 도움을 주는 존재가 되고 싶은 것이다. 지금도 그러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지만 앞으로 더욱 그렇게 노력할 것이다. “나로 돌멩이 되게 하소서, 쓸모 있는 돌멩이, 세상에 ‘모퉁이 돌’이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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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석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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