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번 시범을 했는데, 시범 프로그램을 짤 때마다 (송판 100% 중) 20%는 송판에 칼질을 했 다. 숙소에서 고참들이 송판에 칼집을 내는 분위기라 나도 칼질을 했다. 실력이 좋은 사람들이 단원으로 선발됐는데, 굳이 완파를 하기 위해 칼질을 해야 하는지…”

최근 유럽 순회 시범을 다녀온 국기원 시범단의 A단원은 암암리에 행해지고 있는 시범단 내부의 ‘송판 칼집’ 관행을 생생하게 증언했다.

A단원은 지난 7일 “단장님이 시켜서 송판에 칼집을 낸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도 97, 98학번 고참 단원들이 ‘송판 칼집’을 주도하기 때문에, 분위기상 어쩔 수 없이 따라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A단원의 이같은 양심고백에 대해 고참 단원들은 “칼집을 내지 않았다”고 강변할 수 있다. 또 한 단원의 말만 믿고 시범단을 폄하해선 안된다며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A단원의 생생한 고백을 미루어볼 때, 이런 해명은 ‘책임 회피’ 내지 ‘시치미 떼기’에 불과하다는 게 기자의 소신이다. 이 기사가 나간 후 시범단 내부에서 누가 신문사에 이런 내용을 흘렸냐며 A단원을 색출하거나 A단원을 ‘내부 고발자’로 낙인 찍어 불이익을 준다면 시범단의 내실화와 투명성은 요원할 것이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송판에 칼질을 했다고 고백을 한 A단원의 행실이 아니라 아직도 은밀하게 행해지고 있는 ‘송판 칼질’ 관행과 이런 불합리한 관행을 척결하기 위한 시범단의 의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기원 시범단은 자타가 인정하는 세계 최고의 시범단이다. 엄운규 원장도 “시범단은 국기원의 얼굴”이라고 말할 정도로 강한 애정을 보이고 있다. 그런 송판에 칼질을 해서야 어찌 세계태권도본부라는 국기원의 시범단이라 할 수 있겠는가.

이춘우 단장과 남승현 감독의 말처럼 ‘기본에 충실한 시범단’ ‘태권도의 정통성을 지켜나가는 시범단’이 되기 위해선 하루 빨리 ‘송판 칼질’ 관행을 근절해야 할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번 파문으로 인해 시범단의 복지후생과 훈련 환경 개선 등의 현안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지 않을까 염려된다는 것이다. 시범단의 분발을 기대해 본다.

서성원 기자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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