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복 붉게 물들였던 투혼

마침내 차지한 대표 1진, 금메달 꿈 키워

하얀 도복을 붉은 피로 물들여 본 태권도 선수가 있을까?
헤드기어에 마우스피스까지 착용하는 태권도경기에서 타격에 의해 상처를 내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지난해 도복을 피로 물들인 채 들것에 실려 나오는 비운의 선수가 있었다. 그것도 국가대표선발 최종대회 결승전에서.
 
2009년 국가대표선발 최종대회 결승전 2회전을 뛰고 있는 김응현(용인대 4학년)의 도복 바지 양쪽은 물감을 뿌려놓은 것처럼 붉게 물들어 있었다. 물론 상대의 타격에 의한 것은 아니었다. 다리에 쥐가 난 까닭에 응급조치로 사혈침을 사용해 피를 빼내는 바람에 도복이 피에 젖게 된 것이다.

패자조에서 올라오긴 했지만 이임규(상무)를 5점 이상 차이로 따돌리며 우세한 경기를 이끌던 김응현은 갑자기 다리에 쥐가 나며 하체가 불안정해졌다. 5kg 체중 감량에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많은 경기를 치르다보니 예상치 못했던 신체의 이상이 나타난 것이다. 후들거리는 다리가 관중석에서도 확인될 만큼 심각한 상황이었지만 김응현은 경기를 중단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응급조치로 사혈을 하고 경기를 재개했으나 풀린 다리에는 힘이 실리지 않았다. 세컨드를 맡았던 조임형 교수는 고심 끝에 기권의 뜻으로 흰 수건을 꺼내 들었다. 

그로부터 1년 후 김응현은 국가대표1진으로 선발됐다. 지난 5월 충북 제천에서 열린 최종대회에서 단 한 경기의 패배도 없이 1위에 올랐다. 승자조 세 번째 경기에서 강적 손태진을 만나 고전하며 연장전까지 갔지만, 먼저 득점하며 승리했다. 최종 결승전에서도 첫 경기 승리로 선발전을 끝냈다.

184cm의 김응현은 -68kg급 치고는 장신에 속한다. 긴 다리에 스피드를 겸비한 그는 국가대표 1진으로 손색이 없지만 이 체급에는 워낙 선수층이 두꺼웠다. 그날 컨디션에 따라 승패가 갈릴 만큼 우수 선수들이 많은 것이다. 김응현은 전년도의 실패를 거울로 삼았다. 체력을 높이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투자했고 경기 당일 컨디션 조절에도 만전을 기했다. 결국 대표 1진의 꿈은 이루어졌다.

아들 귀한 집 외동아들로 태어난 그는 부모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겨루기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하나뿐인 자식에게 힘든 격투기 운동을 시키고 싶지 않았지만 본인의 의지가 워낙 강했기 때문에 말릴 수도 없었다. 

장신에 빠른 스텝을 가진 그는 양쪽 발을 이용한 연속공격이 주특기다. 긴 다리를 이용한 얼굴 공격도 가공할만한 무기다. 올해부터는 근력 향상을 위해 웨이트트레이닝에 집중하고 있다. 힘 좋은 외국 선수들과의 파워 경쟁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다리 근육의 이상으로 국가대표 2진으로 밀려난 지난해에는 동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아시안게임보다 규모가 작지만 외국선수들에 대한 적응도 어느 정도 돼 있고, 대응 방법도 나름대로 터득하고 있다.
 
김응현은 올 아시안게임에서는 긴 다리를 이용한 얼굴 공격과 빠른 양쪽 발로 몸통을 노리며 외국의 경쟁자들을 제압하겠다는 결의를 다지며 지금 태릉선수촌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신병주 기자>

신병주 기자  tkdnews@korea.com

<저작권자 © 태권도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신병주 기자
• tkdnews@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