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태어날 때에는 오른손잡이인지 왼손잡이인지 구별이 안 되지만 네 살이 지나면 어느 한 쪽으로 기울게 마련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왼손잡이를 기피하기 때문에 아이가 왼손잡이인 것을 알게 되면 바로 잡아주려고 애를 쓴다. 그래서 성장한 후에는 왼손잡이면서도 글을 쓰거나 식사를 할 때만은 오른손을 사용하는 사람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손잡이를 알려면 글씨를 쓸 때 사용하는 손만으로는 알 수 없고 공을 던질 때, 탁구나 정구를 칠 때, 성냥을 켤 때, 못을 박을 때, 이를 닦을 때 등 어느 손을 사용하는지를 여러모로 물어 보아야만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이러한 왼손잡이에 대한 편견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며 동양권에서는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결혼 후에 여자가 왼손잡이인 것이 밝혀지면 남편이 부인을 쫓아낼 수 있는 권리를 가지며, 중국에서는 왼손으로 명함을 건네면 잘 진행되던 협상도 결렬된다고 한다.

사람의 뇌도 어느 한쪽이 다른 쪽보다 우세하게 마련인데 대개 언어를 표현하는데 중심 역할을 하는 반구가 우성반구이다. 흔히들 오른손잡이는 뇌의 좌반구가, 왼손잡이는 우반구가 우성반구인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언어 우성은 손잡이 우성과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다고 한다. 좌반구는 인구의 97%에서 우성이며 오른손잡이의 99%와 왼손잡이의 60∼70%가 우성이라고 한다.

어느 쪽 반구가 우성 반구인지 알려면 특별한 검사를 해야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사람의 좌반구는 언어 능력뿐만 아니라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추론하는 능력, 전후관계를 파악하는 능력, 추상 능력을 담당하는 반면 우반구는 정서와 사물을 지각하고 시각적 공간적으로 위치와 형태 등을 파악하는 능력, 합성하는 능력, 예술적인 능력을 주로 맡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뇌의 편측성은 임상연구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가 있다. 즉 우울증을 보이는 뇌혈관 장애 환자들은 좌측에 병소가 있는 경우가 흔하며 아직까지 확실히 정립된 학설은 아니지만 정신분열병 환자는 왼손잡이가 많다는 연구 보고가 있다.

보통 왼손잡이가 머리가 좋은 반면 고집이 세고 성격이 강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사람의 뇌의 어느 쪽이 우성인지 또는 어느 쪽 손잡이인지는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부모들은 왼손잡이는 보기 흉하다고 해서 억지로 오른손잡이를 만들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억지로 오른손을 쓰게 만들려는 부모와 사용하기 편한 왼손을 사용하려는 아이 사이에 마찰과 긴장이 있게 마련이며 심하면 아이가 말더듬이에 이르기까지 한다. 이러한 대립된 부모-자녀 관계가 성장하는 아이의 성격에 영향을 주어 나중까지 왼손잡이를 고수하는 사람은 고집이 셀 수밖에 없는 것이다.

왼손잡이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권투나 펜싱 같이 서로 마주 보며 대결을 하는 운동이나 특히 야구의 투수의 경우에는 왼손잡이가 오른손잡이 보다 더 우월할 수 있는 이점을 가지고 있다. 왼손잡이는 오른손잡이에 비해 수가 적을 뿐이지 그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므로 아이가 왼손잡이임을 알게 되었더라도 부모들이 억지로 오른손잡이로 바꾸려고 할 필요는 없다. 또한 기업체에서는 왼손잡이가 학교나 일상생활에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왼손잡이용 가위, 시계, 야구 글러브와 같은 학용품과 생활용품을 더 많이 생산하여 보급하여야 할 것이다.

강동성심병원 정신과 연병길 교수

연병길 강동성심병원 정신과 교수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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